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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惡人)은 누구인가?

콜린 후버, 『베러티』

by ENA

무명 작가 로웬은 오랜 기간 어머니에 대한 간호로 재정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어머니가 죽고 얼마 후 그녀에게 제안이 들어온다. 교통사고로 글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베스트셀러 작가 베러티 크로퍼드의 소설을 마저 써달라는 제안이었다. 거절하려 했지만, 베러티의 남편 제레드의 간곡한 부탁과 그의 매력에 받아들이고 만다. 소설 집필을 위해 베러티와 제레드의 저택에서 며칠을 지내게 된 로웬은 서재에서 베러티의 자서전 원고를 발견하고 베러티와 제레드 부부 사이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로웬이 발견한 베러티의 자서전에는 베러티가 제레드를 병적으로 사랑하면서 섹스에 탐닉하는 여인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쌍둥이의 출산을 끝내 거부하려 했으며, 출산 후에도 엄마임에도 그들을 남편 제레드와 사랑에 대한 경쟁 상대로 여기며 질투하고, 심지어 죽이려 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로웬은 의식이 없고 움직이지도 못한다는 베러티의 상태를 의심하게 된다.


로웬이 제레드의 저택에서 제레드와의 관계가 진전되는 상황과 베러티의 자서전을 통해서 이전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물론 미스터리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전이 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으며, 베러티의 자서전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자서전의 첫 대목, “자서전을 쓰는데 가장 꺼려지는 건 문장을 쓸 때마다 각색하고 싶은 유혹이 따라붙는다는 사실이다.” 이 문장에서 자서전이 진실을 쓰고 있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바로 그 때문에 이 자서전을 믿을 수 없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반전이 있다. 그런데 그 반전은 내가 생각했던 몇 가지 가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다. 작가 콜린 후버는 이 반전을 통해서 과연 누가 악인(惡人)인지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자서전을 통해서 색정광이자 비정한 엄마로 그려졌던 베러티도, 아내에게 속았다고 여겼고, 그래서 일을 저지른 제레드도, 자서전을 읽고 베러티의 정체를 제레드에게 알렸으며, 제레드와 사랑에 빠진 로웬도 따지고 보면 악인이 아니다. 하지만 또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그들은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으며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소설이 끝난 지점에서 이들의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에게는 남은 비밀들이 있으며(이를테면 제레드는 왜 로웬을 지목했을까?), 그 비밀로 그들은 모두 악인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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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주로 로맨스 소설을 써왔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미스터리를 뼈대로 하면서 로맨스로 짙게 향수를 뿌려놓은 듯한 느낌의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여성의 심리 묘사가 자세하다. 단순히 여성이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느끼는지가 아니라, 한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관점에 따른 여러 가지 심리를 묘사하고 있어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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