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 이 당연한 명제를 잊을 때가 종종 있다. 예술 작품을 볼 때 그 작품이 나온 배경에 대해 무시하거나, 혹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을 잊고서도 훌륭한 작품은 여전히 훌륭한 작품인 경우가 있지만, 예술이 시대의 소산이라는, 혹은 시대를 앞서서 예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예술의 의미가 선연해진다.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은 바로 그런, 예술이 시대와 함께 한다는 당연하지만 종종 잊게 되는 사항을 아주 각인시키는 책이다. 어쩌면 모든 것을 시대의 의미로 해석한다는 걱정이 들 정도다. 미술 작품이란 어느 시기에 만들어진 게 분명한 것이니 최소한의 시대적 의미라도 갖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여기서 얘기하는 ‘시대’는 분명한 시대 정신을 구현한다는 의미로 매우 적극적인 태도다.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지는 않는다. 15세기의 르네상스 태동기부터다. 그 이후로 르네상스, 종교개혁, 반종교개혁, 프랑스대혁명, 이탈리아와 독일의 통일, 미국의 독립과 노예 해방, 노동계급의 등장, 제국주의, 벨 에포크 시기,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그 사이의 대공황과 나치 시대, 여성의 등장 등등. 숨가쁘게 중세 이후로부터 근대, 현대에 이르는 시기의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그 시기의 정신을 구현하거나 시대에 굴종했던, 혹은 처절하게 항거했던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많은 그림들 중 상당수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전에 이미 알고 있는 바대로 해석되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새로 보게 된 그림도 많고, 새로운 해석도 적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그림들이 동일한 흐름 속에서 서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시 시대가 그것들을 연결시킨다.
다소는 견강부회의 느낌이 드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잠깐 소개되는 우리나라의 미술 부분에서 일제 시대의 민화는 많이 어색하다), 대체로는 미술이 시대와 함께 해왔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장르라는 것은 절실히 깨닫게 한다. 그것은 다시 현대 미술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게 하는데, 과연 현대의 미술이 시대를 반영하고, 혹은 시대를 선도한다고 했을 때 어떤 형식,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냥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답이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미술가들은 정말 시대 정신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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