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원리, 맛이란 무엇인가?

최낙언, 《맛의 원리》

by ENA

맛은 참 쉬운 것 같으면서, 참 어려운 얘기다.

우선 맛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맛을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으로 나누고, 그 맛의 원천이 되는 분자를 찾아내고, 또 그 화학물질이 결합하는 수용체를 확인하는 작업 등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사실 맛의 수용체를 찾아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작업이다. 그리고 제6, 제7의 맛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모두 과학의 범주에서 맛을 정의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일이다. 거기서 나아가 분자들의 조합이 맛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를 연구하고, 음식의 물성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맛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과학적 설명만으로 모든 맛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맛의 전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맛은 공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맛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맛에 대한 정교한 공식은 없으며(비록 이 책에서는 그 공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공식이라기보다는 맛을 설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결국은 맛이 방정식이 없다는 게 식품의 진짜 매력이라고 고백한다), 모든 사람이 맛을 동일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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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자는 맛을 설명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식품회사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맛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 일을 위해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맛은 화학물질이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인지되는 것이므로 화학이 필요할 것이고, 뇌과학, 신경과학이 필요할 것이다. 맛은 미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후각, 청각, 시각, 통각 등이 모두 종합된 느낌(!)이므로 그에 관련한 학문도 필요하다. 그리고 맛은 역시 심리적인 것이므로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이 관여한다.


맛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이렇다.

일단 그래도 맛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아주 복합한 상호 작용이긴 하지만 어쨌든 과학이 기본적인 배경이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그 과학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다. 즉 종합적인 과학이라는 얘기인데, 그래서 쉽지 않다.

맛은 과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객관적이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맛이 무조건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맛은 또한 문화적인 현상이다. 국가나 사회마다, 지역마다 집안마다 음식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주관적이라 할 수 있으며, 다양하다.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유행을 타는 것이 맛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얘기를 꼽자면, 칼로리가 중요하다는 것,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시장조사보다는 뇌를 조사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자면 식품의 98%를 차지하는 것이 무미, 무취, 무색의 성분이고,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맛의 본질은 영양을 감지하는 것이며, 우리 몸이 진짜 원하는 것은 단맛이라든가, 감칠맛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의 내용을 많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또 약간은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맛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적지 않게 시각 교정을 할 수는 있을 것 같고, 그게 음식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조금은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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