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번역에 대한 생각

움베르토 에코, 『번역한다는 것』

by ENA

번역을 의미하는 라틴어 translatio는 원래 ‘바꾸기’를 의미하지만, ‘옮기기, ’은행의 환전‘, ’식물의 접붙이기‘, ’은유‘의 의미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354쪽). 다양한 의미로 쓰이던 그 용어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기기‘의 의미로 확정된 것은 세네카에 이르러서였다.


번역은 완벽할 수 없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 모든 단어가 1:1로 대응하는 것도 아니며, 설령 기적처럼 1:1로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한 문장을 썼을 때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깡그리 무시할 수 없기에 다른 언어에서 그것을 온전히 살릴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번역은 오역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번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류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여러 종족으로 나뉘어진 이상 번역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어쩌면 책을 읽는 모든 행위는 ‘번역’일 지도 모른다.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이 다른 언어로 쓰인 책을 이탈리아어로 옮긴 경험, 자신의 책이 다른 언어로 옮겨진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정확히는 번역 이론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중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성격 자체가 에코가 생각하는 번역을 의미한다. 즉,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번역 이론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텍스트마다 적절한 번역이 있다는 것이다.


에코는 번역이란 ‘다른 언어로 ‘거의’ 똑같은 것을 말하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애당초 ’완벽한‘ 번역이란 없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번역은 상당히 유연한 작업일 수 밖에 없는데, 원저에서 한 단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도착 언어에서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 서술식으로 표현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번역은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무언가 잃게 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번역자의 선택이다. 다만 번역자의 ’선택‘이라면 용서가 가능하지만, 번역자의 능력 부족이나 게으름이라면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에코는 자신의 출판사에서 근무할 당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자폭탄 연구의 역사를 다루는 책에서 ’기차 경주‘로 번역된 게 원래는 ’training courses', 즉 ‘연구 과정’이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알타비스타(Altavista)라는 2000년대 초반의 자동번역기를 통해 번역의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당시의 자동번역기는 지금의 구글번역기나 Naver의 파파고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과는 달리 한 언어의 단어를 다른 언어로 직접 대치하는 식이었다. 그렇기에 에코에게 번역에 관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 과정에서 한 단어라 다른 언어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대응하는지, 혹은 전혀 대응하는 말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에코는 구글 번역기가 등장한 이후까지 살았는데, 과연 구글 번역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하다(아마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거기서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뽑아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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