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거짓말을 분석했다고?

김형희, 《한국인의 거짓말》

by ENA

김경일 등 세 심리학자의 책 《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에서 한국인이 거짓말하는 패턴, 특히 남녀 사이의 차이에 대한 얘기에 대한 인용이 인상 깊어 찾아 읽게 되었다(http://blog.yes24.com/document/1688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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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형희는 한국인의 거짓말 습관을 실험을 통해 연구했고, 이를 분석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자원자를 모으고, 그들로 하여금 거짓말과 진실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한 다음, 영상을 분석하여 거짓말할 때의 습관을 찾아낸 것이다. 그렇게 1038개의 거짓말에서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찾아냈다. 안면비대칭, 답변의 길이(남자는 말이 많아지고, 여자는 줄어든다. 이 내용이 김경일 등의 책에서 인용한 것이다), 특정 단어 반복 등.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다소 무리가 있다.

저자는 일단 한국인이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다는 것을 전제로 시작한다. 그 근거는 OECD 국가들 중 사기 범죄 1위라는 것인데, 과연 그게 객관적인 증거로 삼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어쨌든 나와 있는 통계 자료이니 그것을 저자의 평가와 연결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 책 내용의 바탕이 되는 연구를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하다. 한국인의 거짓말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단 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그것도 단 한 차례. 이게 과연 한국인의 거짓말을 대표할 수 있을 만한 연구라 할 수 있을까? 1038개의 거짓말이라는 것은 어디서 나온 얘기일까, 했더니 50명을 인터뷰하는 도중 나온 거짓말의 총 개수다.


또 한 가지의 문제는 어떤 신호를 거짓말의 신호로 잡고 있지만, 그렇다면 그 신호가 진실을 얘기할 때는 얼마나 나오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예를 들어 눈동자의 좌우 이동이 한국인의 거짓말 신호 중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신호라고 하고 있다. 361차례의 거짓말에 나타나고, 그래서 33.3%라는 것이다. 그런데 진실을 얘기할 때 눈동자의 좌우 이동이 얼마나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 분석이 있어야 눈동자의 좌우 이동이 거짓말에 대한 신호로서 ‘유의미’한 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연구는 과학적인 분석이라기보다는 그저 일화적인 분석이고, 저자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했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찾아낸 25개의 신호가 얼마나 거짓말과 연관성이 있는지 저자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한 가지로 판단하면 안 되고, 최소한 3가지 이상을 결합시켜 판단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결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없고 단지 3가지 이상만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하지만 뭔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이 부족한 연구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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