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은 어디에나 있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딱 드는 생각이 그것이라 확신할 수 있다.
100종의 미생물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먼저 ‘미생물’이란 게 어떤 결 포함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우선 박테리아(bacteria)라고 하는 세균을 포함한다. 그리고 고세균(archaebacteria)를 포함하는데, 모양은 꼭 앞의 세균(bacteria, 고세균과 구분하기 위해 ‘진정세균’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과 닮았지만, 오히려 진핵생물(동물과 식물, 균류 등)과 더 가까운 것을 말한다. 이것들은 대체로 극한 환경, 즉 높은 온도, 높은 압력, 높은 염분 등에서도 살아가는 생명체들로 1980년대 칼 워스(Carl Woese, 이 책에서는 ‘워스’라고 쓰고 있는데, 지금은 돌아가신 이 양반은 자신의 이름을 ‘우스’라고 발음했다)가 찾아내 진핵생물, 세균과 구분되는 새로운 역(Domain)을 창설했다. 세균, 고세균과 함께 이른바 진핵 미생물이라 불리는 종류도 포함된다. 버섯, 곰팡이, 효모 등을 포함하는 균류(fungi), 조류(algae)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생물인지, 아닌지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있는 바이러스(virus)도 있다(이 책의 저자들은 일단 바이러스가 생물이 아니란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미생물에 포함시킨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생물학과에서 바이러스를 다루는 걸 보면 바이러스가 생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느낌이다). 이런 종류의 생물(바이러스까지 포함하여) 100종이다.
그들이 다루는 미생물들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일반적’이라는 것은, 미생물, 혹은 세균, 고세균, 균류, 조류, 바이러스 등의 일반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데 이용되는 교과서적인 종류들이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까 ‘대장균(E. coli)’와 같은 세균은 없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미생물의 특성이 ‘일반적’인 미생물의 특성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미생물은 아주 다양하며, 그 다양성으로 어디에든 있으며, 정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 무슨 일이든에는, 핵폐기물의 감시자 역할도 있으며, 우주의 미니 광부 역할도 있으며, 우리가 알을 낳지 않게 진화하도록 한 것도 있으며, 경제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으며, 치즈 맛을 결정하기도 하며, 어떤 국가의 독립에 기여하기도 하며, 다이너마이트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기도 하며, 약을 몸속에 전달하기도 하며,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며,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고도 하며, 초콜릿의 아로마와 풍미를 만들기도 하며, 핏빛 눈을 만들기도 하고, 기후 온난화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치명적인 생물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지금 못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조만간 그런 일을 하는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의 미생물의 종류나 역할을 보면, 우주에서의 역할에 대한 얘기가 많다. 저자 중 한 명이 천문학자여서이기도 한데(그래서 제목이 <... 우주와 만나다>이기도 하다),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미생물이기에 우리의 우주 탐험, 개발에 앞장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어디에나 있으며, 무슨 일이든 하는 미생물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겸허해진다. 저자들의 말마따나 우리가 “미생물로 가득한 지구의 손님일 뿐”이라는 자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여기가 우리들만이 점유하고, 우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 역시 우리만의 능력이 아니란 것도 알 수 있으며, 우리가 앞으로 여기 지구에서 살아가든, 어떻게든 이 지구를 탈출해 우주로 그 서식 범위를 넓히든 우리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