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코 로렌차, 《하늘을 상상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술가였고, 과학자였다. 과학자(scientist)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 그런 분야의 직업을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에, 실은 그에게 예술과 과학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행적을 곰곰이 쫓아가보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생계의 수단으로 삼은 건 예술이었고, 또 무기 제작과 같은 실용적인 능력이었지만, 오히려 그가 진짜로 추구했던 것은 자연에 대한 이해, 그것을 바탕으로 한 발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완성시킨 것이 거의 없는 그의 예술 작품 역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시험하는 한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하늘을 나는 도구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난, 그게 어느 시기에 국한되었거나, 그저 심심풀이를 조금 벗어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하늘을 난다는 상상을 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런데 도미니코 로렌차의 《하늘을 상상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On Flight)》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하늘을 나는 도구에 대한 열정은 평생에 걸친 것이었으며, 아주 본격적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하늘은 무한한 동경의 세계였다. 저자는 피렌체의 극장 기계들(특수 효과 장치들로 배우들이 하늘을 나는 것을 연출했다)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그리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에 대한 꿈은 진지하고도 과학적이었다.
그의 비행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방면으로 이루어졌다. 인체의 근육에 대한 연구, 새들의 날개와 근육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 기계의 작동에 대한 연구, 바람에 대한 연구, 공기에 밀도와 습도에 대한 연구 등등이 모두 사람이 하늘을 나는 도구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연결되었다. 그가 남긴 다양하고도 놀라운 기록 가운데서도 《코덱스 ‘조류의 비행에 관하여》라는 것이 비행에 관한 가장 자세하고도 본격적인 연구 기록이지만, 다른 코덱스에도 비행과 관련된 기록과 메모는 숱하다. 이 책만 보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평생을 비행만 연구한 인물로 보일 정도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꿈을 실질적으로 실현시킨 건 1903년 라이트 형제다. 그러나 그들로 비롯된 현대의 비행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꿈꾸던 그런 게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자연을 모방하는 비행을 꿈꿨다. 새의 날개와 같은 자연의 것을 모방한 비행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간 자체가 하늘의 바람을 맞으며 날아가는 것이라 여겼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현대의 비행기는, 어쩌면 너무 삭막해보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거의 그림책 같지만, 쉽게 모아볼 수 없는 자료들에 대한 그림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고, 또 설명 자세하고 진지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한 면을 깊게 이해했다.
“과학적 지식이 없이 경험에 매혹되는 사람들은 방향타와 나침반 없이 항해하여 결코 가고자 하는 곳에 이를 수 없는 조타수와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필사본 G> 중) (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