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현대의 뇌과학은 지행합일(知行合一)과 같은 도덕적 지침에 관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행동으로 전화되기까지의 과정과 그것이 억제되는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이른바 ‘인지조절’이라고 불리는 현상에 관한 것이다.
인지조절 연구의 역사는 생각이 행동으로 전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매우 단순한 설명에서 시작해서 복잡하게 얽힌 층위가 있음을, 그러나 그럼에도 관통하는 핵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호문쿨루스와 같은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조정하는 ‘작은’ 인간을 추방하는 과정이었으며, 안정성과 유연성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머릿속의 위계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리는, 정확히는 우리의 뇌는 언제나 비용-편익을 계산한다(여기서 ‘언제나’라는 말은 행동경제학에서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를 통해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 과정은 뇌 속에서 신속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인식하기가 힘들지만 연구 결과들은 대체로 명확하게 한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
인지조절에 관한 폭넓은 논의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서 특이 인상적인 내용은 앞서 얘기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도 있지만 멀티태스킹에 관한 것과 기억에 관한 것이다. 데이비드 바드르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것은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많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뇌는 두 개 이상의 과제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른바 ‘과제 전환 비용’이다. 여러 개의 과제가 반응 경로의 일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중복된 지점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경쟁이 일어나면서 과제 수행을 방해한다. 훈련으로 특정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그 능력은 그 과제에만 한할 뿐이며 ‘일반적인’ 멀티태스킹 능력은 강화되지 않는다. 바드르는 동시에 두 개의 희곡을 쓴 유진 오닐의 예를 들고 있는데, 그는 두 희곡을 쓰는 환경을 완전히 달리 하였다. 그래서 “배경을 바꾸면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목적을 이루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멀티태스킹은 비효율적이다.
바드르는 기억을 인지조절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억이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 미래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기억이란 정보 인출 문제라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쪽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얘기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신선한 시각이다. 맥락에 따라 기억을 인출하고, 그것을 쓸모 있게 조정하는 것이 바로 인지조절의 한 측면인 셈인데, 바로 그런 맥락 의존적인 기억이 컴퓨터, 혹은 AI와 다른 우리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시각에서 망각도 설명하는데, 그에 따르면 “망각은 시간에 따라 수동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많은 부분 다른 기억들의 적극적인 방해로 일어난다. 다른 기억들이 표적 기억을 가로막고 오염시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기억에 가치를 매기고 있으며, 미래에 가치가 있는 것일수록 오래 기억된다고 본다. 즉, 과제 수행에 도움되는 기억은 오래 유지된다는 것인데, 이는 많이 사용하면 기억이 오래 유지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기억을 사용해 과제를 수행하지 않는다. 반대로, 과제가 기억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다.”
끝으로 바드르는 이러한 인지조절에 관한 연구, 내지는 인지조절에 관한 이 책이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인지조절에 관한 이해가 우리의 삶과 사회적 존재로서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새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그 예로 기후변화를 들고 있다. 기후변화를 알고 인정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미국 공화당원조차도 50%가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상을 이 인지조절의 메커니즘과 연결하고 있다.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행동하지 않는 데 대한’ 적정한 비용이 매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개인에서 사회로의 무리한 건너뜀이 있지만 ‘안정성-유연성 맞거래’라는 인지조절의 핵심 내용이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