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의 특징 셋

이주헌,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by ENA

이주헌은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까닭에 IMF 경제위기 같은 것이 왔다는 인식 아래(이 책이 출판된 것이 2014년이고, 아마 강의는 그 전에 했을 것이다), 서구의 가치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미술의 통해 서양의 정신과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서양미술에 대한 개론인 이 강의를 통해 서양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정리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몇 가지는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독자인 나는 반대로 서양의 특성이 미술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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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헌이 서양미술의 특징을 꼽는 것은 바로 세 가지다. 인간중심적, 사실적, 감각적이라는 것.


하나씩 짚어보면,

우선, 인간중심적. 이는 역사화를 풍경화보다 높게 평가하는 전통에서 드러난다. 풍경화를 그리더라도 주체로서 인간의 공간에 대한 경험을 확인하는 형태이며, 여전히 중심은 인간이다. 인물화에서는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하며, 투시원근법 역시 인간중심적 특징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있다. 동양의 원근법이 자연이나 세계를 하나의 큰 맥락에서 전체를 표현하고 있다면, 서양의 투시원근법은 인간(나)이 만물의 척도이자 우주의 중심임을 나타내는 표현 형식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사실주의.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서부터 인물에 대한 사실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는 그리스 문명의 성격, 즉 논쟁을 중시하면서 비판과 수정의 문화에 노출,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중시, 현시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중세에 사실적 특성이 사라지지만(메시지 전달에 치중한 만화적 표현), 르네상스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등에 의해 사실적 표현이 살아났다. 이를 이주헌은 “미술가가 정복자 혹은 해부학자의 위치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끝으로는 감각적 아름다움 추구. 서양미술은 시각적 쾌감에 기초하여 다른 감각적 즐거움까지 추구했다. 대표적으로 누드 그림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여성 누드는 에로티시즘에 대한 남성적 욕구가 강하게 관찰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그런 감각적 가치 추구가 절정에 달하고, 이후 새로운 표현의 추구를 가능케 한 것이 인상파 미술인데, 인상파 화가들은 그들의 감각에 기초해 빛을 그렸고, 그것을 통해 감각의 해방을 가져다주었다.


다소 서양미술의 특징을 단순화시킨 면이 없지 않지만, 강의 형식이고, 입문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단순화가 일단 문턱을 낮춘다. 보다 풍부한 감상은 이 문턱을 넘어서야 가능한 것이다. 익숙한 그림을 통해 서양미술의 특징, 서양정신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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