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에 관한 논란은, 지난 대선 때 보았듯이 첨예한 사안이다. 물론 그때 논란의 시작은 너무도 정략적이었고, 방향은 폭력적이었으며, 결론은... 없었다. 어떤 논의의 진전도 없었고, 당연히 합의도 없었으며,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 만족하는 이(들)는 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해는 깊어졌고, 많은 이들의 상처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점잖은 사람들은 그 논쟁, 논란에 들어가길 꺼려했지만, 나름의 생각은 있었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든. 아니, 양극단 사이 어느 지점에서.
그런데 그 나름의 생각은 무엇에 기초한 것일까? 역시 나름의 보고 들은 것? 나름의 가치관? 아니면 이념? 그것도 아니면 그저 감정?
침팬지와 보노보와 같은 영장류(여기엔 사람도 포함된다)를 연구하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젠더의 문제를 생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일단 여기서 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성이나 젠더 이야기에서 생물학의 관점 운운하면 일단 쌍심지를 켜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건 어느 쪽이든 말이다. 과학의 관점이 상대방을 옹호하고, 자신 쪽 견해를 거꾸러뜨리겠다고 하는, 일종의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과학 자체를 불신하고, 거부감을 갖는 것이다. 이건 과학의 문제, 생물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프란스 드 발은 인내심을 가지고 왜 생물학의 관점이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있는 대로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방향을 가리키는지에 대해서 미리 결론을 내려놓지 말고. 예상은 필요하고, 자신의 이론은 있을 수 있지만, 관찰과 실험의 결과에 겸허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예상과 이론을 수정할 수 있는 자세는 과학의 기본이다. 그렇게 하여 관찰되고 기록된 결과를 가지고 젠더의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과거 많은 과학자나 사회학자, 인류학자 등이 왜곡해 놓은 것을 바로잡으면서.
그는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컷과 암컷, 혹은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생물학적인 것이다. 남자아이가 장난감을 고를 때 총과 칼, 기차를 고르고, 여자아이가 인형을 고르는 것은 문화적인 것이 아니며, 수컷이 갈등을 표출하는 데 폭력적인 방법을 많이 쓰지만, 암컷이 갈등을 내재화시키지만 서로 화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예외가 없지 않지만 성의 고유한 특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 더 나으며, 사회의 지배 구조에 정당성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이다.
드 발은 자신이 경험하고 연구하고, 또 다른 이들이 연구해온 결과들을 총동원하면서, 젠더에 관한 많은 오해를 풀고자 한다. 이를테면 침팬지의 폭력성이 그대로 인류에게 전해졌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그는 보노보의 예를 들며 우리는 침팬지와 보노보의 것을 모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보여준다. 생물학적으로 파악한 유연관계 분석에서 그럴 가능성을 적극 지지한다. 또한 암컷이 지배 구조에서 늘 수컷에 지배받는 상태라는 것에도 다른 주장을 한다. 지배의 방식이 다를 뿐이며, 알파 수컷이라도 알파 암컷을 중심으로 결집한 암컷에게는 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알파 암컷이 알파 수컷을 조종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집단의 우두머리라고 해서 독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가는 금방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보여준다. 집단의 우두머리는 관용과 조종의 대가여야 한다는 것을 프란스 드 발은 야생에서 동물원에서 수도 없이 목격한 것이다.
프란스 드 발의 이야기는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와 다른 동물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인간에 관해서다(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들을 배우자는 것이 아니다. 생물학은 자연이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생물학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남녀를 똑같이 양육하면 남녀의 차이가 없어진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남녀는 차이가 있으며, 다만 그 차이가 (다른 동물에서와 같이) 어떤 성의 우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성만이 아니다. 드 발은 동성애만 다루고 있지만, 자연에 그 널린 동성애를, 어떤 동물도 차별하지 않으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진화학적으로 보자면 자손을 남기지 못하는 동성섹스를 다른 동물은 반겨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자손을 남기는 경쟁에서 자신이 우위에 설 수 있으니까. 자연이 그런 행위를 유전자에 남겨 놓은 것은 그런 행위의 생물학적, 혹은 다른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만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최근에 들어서야 그런 사회적 압력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드 발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자처한다. 여성이 차별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과학적으로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남성과 여성의 몸이 다르다고 할 때, 그것은 어느 쪽이 힘이 세다라든가, 혹은 유연하다든가 하는 것은 단지 구조적인 차이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는 데 그런 차이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생물학자이지만 문화의 힘을 믿고 있으며, 문화가 생물학에 기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프란스 드 발의 편견 없는 생각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잘 요약했는지 의심스럽고 걱정스럽다. 가장 중요한 요점은 과학이 성, 혹은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미리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공부해야 한다. 근거 없이, 좁은 범위의 보고 들은 것을 가지고, 이왕에 가지고 있는 편견에 기초해서 점점 양극단으로 벌어져서는 안 된다. 그래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대화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작으나마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에게 여성이 지배의 대상이 아니듯, 여성에게 남성은 타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모든 남성이 여성을 지배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여성이 남성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 지구상의 생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무성생식으로 자손을 남기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함께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