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박사의 유체역학 3부작(《커피 얼룩의 비밀》,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참 재미있게 읽었었다. 《커피 얼룩의 비밀》이 다양한 음료에 적용되는 유체역학의 원리를,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유체역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은 생물로 관심을 돌려 생물에도 유체역학의 원리가 적용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모두 특색이 있고, 재미있었다.
이전 3부작이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역사로 눈을 돌렸다. 역사 속에 유체(遺體)가 어떻게 등장하는지, 그것과 관련되어 있는 흥미로운, 혹은 결정적인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아홉 꼭지에서 다루는 역사는 의외로 매우 친숙하다. 로마 제국의 물, 다빈치의 유체 연구,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타이타닉호의 침몰, 보스턴의 당밀 홍수, 후버 댐의 건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의 독일 댐 폭격, 원자폭탄 개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 이 중에서 보스턴 당밀 홍수나 영국 공군의 독일 댐 폭발 작전 정도만 조금 낯설다면 낯설까(물론 이 얘기도 다른 데서 몇 차례 접하긴 했지만), 다른 역사는 매우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송현수 박사는 이 역사 속 이야기들에서 유체역학을 끄집어내고 있다.
유체라는 게 말 그대로 완전히 고정된 물건이 아닌 흘러 다니거나 유동성이 있는 물질이다. 공기라든가, 물이 대표적이고, 점성이 있는 물질들, 이를테면 혈액이라든가, 석유, 당밀 같은 것도 해당한다.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라는 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항이 많다. 그래서 여기에 소개하고 있는 역사는 그런 유체를 이용하고 정복해온 역사이기도 하며, 또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혹은 인류가 스스로를 과신하여 큰 피해를 입은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도 재미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 송현수 박사의 이전 3부작만큼은 아니다. 너무 자잘하게 끊어서 그런가? 아니면 수식이 많이 들어있고,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그런가? 설명하려면 필요했을 터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