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웃, 곰팡이의 세계

박현숙, 『마이코스피어』

by ENA

제목만 보고 아는 사람은 이게 무엇에 관한 책인데 금방 알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Myco-’니까 당연히 곰팡이 얘기겠구나, 하는 사람은 이 분야를 꽤 잘 아는 사람일 게다. 그런데 솔직히 예상해보건대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박테리아(세균)과 바이러스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인데, 여기에 진균, 혹은 곰팡이까지 구분하라면 참 많이들 헷갈려한다. 전공자들은 너무나도 분명한 차이를 갖는, 그런 존재들인데도 말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들의 차이가 실제로도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박현숙 교수도 그런 생각에서 이 책을 썼을 거라 생각한다.


곰팡이, 혹은 진균, 아니면 버섯 등은 우리와 참 가까이 있다. 냉장고 오래된 음식에서 핀 곰팡이에도, 나무에 자라는 버섯에도, 오늘 아침 반찬으로 나온 요리에도 이것들은 우리와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걸 잘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는 그것들이 비슷한 것들이라는 것도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것들이 우리 생태계에서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것은 더더욱 모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을 알려준다. 우리 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고,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 바로 끔찍해하거나, 혹은 맛있어 하거나, 신기해하거나, 아니면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 바로 그런 존재라는 것이다.


곰팡이(진균)은 환경 변화에 대해 저항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조건에서 살아남는다. 바로 그런 이유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낮은 온도에서도, 높은 온도에서도, 매우 건조한 조건에서도, 매우 습한 조건에서도, 심지어 우주에서도 곰팡이는, 혹은 곰팡이 포자는 살아남아 그 생명력을 과시하곤 한다. 그런데 이 곰팡이의 모양새는 매우 다양하다. 효모 같이 단세포라 자라는 것도 있고, 우리가 숲에서 보는 것과 같은 버섯으로 자라는 것도 있으며, 시커멓게 빵에 핀 모양으로 자라는 것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 종류다. 심지어는 단세포와 사상(絲狀) 형태를 왔다갔다 하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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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곰팡이들이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을, 고등학교 교과서 정도에서는 ‘분해자’라고 단정짓는다. 맞는 말이다. 곰팡이는 무엇이든 분해할 수 있다. 지구 생태계에서 최고 난분해물질이라고 하는 나무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것도 곰팡이(보통은 버섯이라 부르는)이고, 심지어 플라스틱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 분해자의 역할을 통해 세계를 연결하고 순환시키는 것이 곰팡이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 곰팡이다. 특히 발효를 통해, 각종 대사과정을 통해 인간에게 수많은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낸다(술부터 생각나는 게 쫌...). 산불이 났을 때 그 황야에 처음으로 생명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이 곰팡이이며, 나무가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줘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도 곰팡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것도 곰팡이다.


물론 병도 일으킨다. 식물은 물론 동물에게 병을 일으키고, 최근에는 사람에게 일으키는 병이 문제가 된다. 특히 에이즈 환자나, 각종 수술로 인하여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의 경우 이미 가지고 있거나 어떤 경로이든 침투한 곰팡이에 감염되어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가 곰팡이를 주시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아진 것이다.


박현숙 교수는 이와 같은 얘기들은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서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이 연구의 가치를 느끼면서 학생들과 하는 연구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리고 최신의 연구를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 자신 연구의 자부심과 함께 소통의 능력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쯤은 구분해주는 이일 것이고, 이제는 곰팡이도 식물이 아니란 걸, 그리고 세균과도 다르단 걸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왜 그런 일을 하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잘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박현숙 교수도 충분히 만족하지 않을까? 나 같은 사람은 이 책을 통해 강의에서, 토론 자리에서, 혹은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찾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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