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가지 주제로 읽는 의학사

예병일, 『의학사 노트』

by ENA

최근 들어 의대에서도 인문학 교육을 강화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와 의학교육에 의학인문학이니 하는 과목들이 생겼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그 강좌에서 무엇을 가르치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그래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강좌라는 것이야 그냥 깔아놓은 장(場)일 뿐, 가르치는 이들의 노력과 더불어 배우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지만 어쨌든 그런 움직임 자체를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의학에서 인문학이라는 것을 다양하게 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의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얘기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의학사(史)’가 반드시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의학이 현재의 모습을 띠기까지의 여러 우여곡절들을 알게 되면 그저 기술로서의 의학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역시 그것도 배우는 이의 자세에 달려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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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교수가 『의학사 노트』를 내면서 주 독자층으로 생각한 것은 그런 의사지망생들이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에서 시작하여, 고대와 중세의 의학, 근대 의학의 여러 중요한 발견과 발전을 거쳐 현대에 이르는 의학사의 주제들을 최대한 많이 다루려고 한 노력이 역력하다. 그래서 장면 위주보다는 한 주제에 여러 의학자,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인슐린 발견에 대해서도 베스트와 밴팅의 연구 자체보다는 그들 이전에 어떤 연구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또한 소아마비에 관한 장에서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소크와 세이빈의 연구, 그리고 그들의 경쟁과 대립을, 물론 다루지만 그들 이전의 연구와 더불어 어떻게 소아마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장황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많이 서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몇 개 장의 내용이 필요했고, 그래서 더 상세히 읽었다. 제멜바이스, 파스퇴르나, 코흐에 대한 얘기, 콜레라에 관한 내용, 페니실린의 개발에 관한 얘기 들이 그렇다. 잘 몰랐던 내용도 있어 도움이 되었고, 또 예병일 교수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도 있긴 했다(이를테면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스퇴르연구소의 수위였던, 그리고 최초로 광견병백신을 맞은 마이스터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그래도 관련된 이야기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어 도움이 되었고, 나와는 좀 다른 시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예병일 교수는 주로 의사지망생을 대상으로 이 책을 쓰긴 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의학사는 중요한 정보이면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현대의 의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정립되어 온 것을 알게 되면 의학이 달리 보일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벌어진 협력과 경쟁을 보면 이쪽도 세상살이는 똑같다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게 다 책 읽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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