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한국 언론의 민낯

김성호,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by ENA

그는 무엇이 부끄럽고, 또 무엇으로 행복했을까?

그의 이력을 보면 조금 짐작이 간다. 일간지 기자로 2년쯤 일하다 항해사로 2년쯤 외항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다, 다시 기자로 돌아와 4년쯤 기사를 쓰다 관두었다. 외항선 3등 항해사가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럼 남은 건 기자로 일한 6년이다. 기자라면 언론인, 이른바 제4부라고도 불리는 좀 힘이 센 기관이고, 직업인데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웠을까? 그것도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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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적힌 수십 꼭지의 글은 흔히 ‘기레기’라 불리는 직업이 왜 그리 불릴 수도 있는지에 대한 토로라고 할 수 있다. 기자로서 자부심,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보다는 자괴감 드는 현 한국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기는커녕 남의 쓴 기사를 베껴 쓰고, 취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레짐작으로 쓰고, 광고와 같은 기사를 쓰면서 돈을 많이 벌어왔다고 자랑하고, 소외된 사람에 대한 기사는 급이 안된다고 마구 잘려나가고, 기자가 아닌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아주 아주 부끄러웠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겨우 6년 경험하고? 그보다 더 오랜 세월을 그 안에서 분투한 사람도 있을 터인데, 겨우 수습 딱지 뗀 정도의 경력으로 모든 언론이 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 아닌가? 하는 비판 말이다. 많은 기자들이 저자가 이 책에서 비판하는 바로 그런 기자들이라면, 그들이 이 책을 읽고는 귀가 새빨가지는 느낌을 가지면서도 위의 비판을 할 거라 여겨진다. 모든 걸 다 안다고 나대지 말라고.


그런데 경험의 가치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그 일을 경험했는지보다 경험의 깊이와 경험 중의 고민이 더 중요하다. 아무런 생각 없는 경험은 그저 그 일을 했을 뿐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은 열정에서 나오며, 그 열정은 경험의 깊이를 더하게 한다. 나는 김성호라는 이를 모르지만, 그가 쓴 글을 통해 그가 자신이 가졌던 직업의 가치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며, 자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그런 인식과 노력이 거부당하고 좌절당하며 가진 많은 생각들이 이 책의 글에 담겨 있다.


그럼 무엇이 행복했을까? 그가 쓴 기사 중에는 크고 작게 제도를 바꾸거나 관행을 고치는 역할을 한 것이 있다. 물론 그런 상황에 대해 행복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나중에 기사가 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제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는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더욱 행복했을 것이다. 바로 기자로서 작은 힘이나마 느끼는 순간이 아니라,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그러니까 더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 행복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그 이야기를 지면에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담더라도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여전히 부끄러울 수밖에는 없지만 말이다.


물론 나는 그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몇몇 내용은 그가 조금은 오해하거나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고 여긴다. 내가 그쪽과 어떤 이해관계가 있어서일 수도 있는데, 내가 그리 생각한다는 것은 양쪽 얘기를 다 들어보지 못하거나, 얘기하지 못할 사정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괜찮은 기자라면 사람이란 언제나 옳지 못해서 실수할 수 있으며, 잘못된 경우에는 바로 사과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언론에 대해서 더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되진 않았다. 구체적인 실상은 잘 모르지만, 어느 정도인지 생각했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좋아졌다고 할까? 그래도 그런 썩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걸로 모든 걸 위안받기에는 많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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