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폐품 가게", 혹은 기억의 정신의학

베로니카 오킨, 『오래된 기억들의 방』

by ENA

우선 제목부터 궁금했다. 우리말 제목이 아니라 원제. “Rag and Bone Shop”.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직역하면 “쓰레기와 뼈 가게”인데, 흔히 “폐품 가게”라고 번역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왜? 이랬다. 그 의문은 238쪽까지 가서야 조금 풀렸다.


“뇌섬엽에서 전두엽으로 가는 길은 예이츠가 읊은 ‘마음의 폐품 가게(rag and bone shop of the heart)’다. 각자의 고유한 역사를 담고 있는 그것은 가장 섬세하게 조율된 감정, 각자가 기억하거나 상상한 삶의 소리 죽인 즐거움과 고통을 표현한다. 그것은 나이가 들면서 허영과 자기기만의 모든 허례허식이 증발해 버리고 남은 것들이다.”


그러니까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시에 나오는 말이란 얘기인데, 그래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게 왜 기억(뇌섬엽에서 전두엽으로 가는 게 기억이라고 한다면)이 “폐품 가게”인가 하는 것이다. 이어 설명하는 것을 보면 기억은 ‘폐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다 읽은 지금까지도 그 의문은 제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우리말 제목과 연관 지으면 조금은 나아진다.


15장의 제목 <가장 오래된 기억들>에서 가져온 이 우리말 제목은 실은 생물학적 기억과 문화적 기억을 말한다. 생물학적 기억이란 다른 게 표현한다면 진화적 기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명체가 탄생하고나서부터 인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생명 현상이 우리 신체와 뇌 속에 전달된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이 장에서는 우리 인간에게는 바로 이 기억이 서로 융합하여 존재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하지만 전체 책의 제목으로서 ‘오래된 기억들’은 그런 의미라고 볼 수는 없다. 전체에서 생물학적 기억이나 문화적 기억을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끝의 한두 장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오래된 기억들’, 혹은 ‘폐품 가게’는 한 사람에게 각인되어 있는, 그 기억들을 의미한다고 이해한다(제대로 이해했는지 나 자신이 궁금하다).


저자는 정신의학 의사이자 신경학자다. 이 책을 두고서는 이 두 타이틀을 독립적으로 써야 하는데, 정신의학은 저자가 의사라는 의미에서, 어떤 이들을 치료하는지를 가리킨다. 그의 연구와 글은 바로 그들을 통해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신경학자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이다. 저자는 정신질환자들을 신경학적 문제가 있는 이들로 파악한다. 그리고 신경학적 처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혹은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많은 질환과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모두 그녀가 겪은 사례들이다. 이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뇌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신의학, 신경학에서 기억은 왜 들먹여지는 것일까? 저자는 자신이 다루는 모든 정신질환이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듯하다. 즉 과거에 대한 어떤 심상이나 착각, 혹은 과잉 기억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이야말로 뇌와 뇌질환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그렇다면 다시, 저자가 생각하는 기억이란 무엇일까가 궁금해진다. 저자는 기억이란 현재의 구성물이라고 본다. 과거 자체가 그대로 응고되어 기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바로 기억인데, 끝에는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기도 하다: “기억은 기억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하는 현재 경험의 광대하고 지배적인 연결 속에서 신경세포들이 씨름하고 발화하는 무한한 움직임으로부터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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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책 내용 자체를 잘 파악할 수가 없었다. 무척 어려웠다. 내 문해력이 이렇게 떨어졌나 싶을 정도다(아직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저자가 어렵게 쓴 건지, 번역이 어렵게 된 건지 잘 분간이 되질 않는다. 정신의학과 신경학, 그리고 그것을 기억을 풀어낸 이 매력적인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덮는 게 조금은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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