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사랑이라... 언뜻 생각하면 너무나 먼 관계 같아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과학이 사랑에 관한 설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하다. 과학이 사랑에 관해 얼마나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비웃을 이도 없지 않겠지만, 과학은 사랑에 관해 최선을 다해 접근하고 있다. 그것은 사랑이 진화적 효용성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랑에 관한 호르몬에 대한 연구일 수도 있고, 혹은 심리학적 분석, 다양한 인간 관계와 사랑과의 관계에 대한 탐구 등을 포함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진화인류학자 애나 마친이 사랑에 관한 과학을 최대한 담아내려 한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원제: Why We Love)을 보면 정말 과학이 사랑에 관해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인간 관계에서 사랑을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걸 생객해보면, 과학이 그것을 그냥 둘 리도 없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애나 마친은 사랑에 대해 열 가지 주제, 혹은 소재를 다룬다. 여기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랑을 하는 이유와 방식,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그 내용과 범위, 대상을 다루고 있다. 왜 사랑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진화학적인 질문(왜 사랑이 생겨났는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사랑을 했을 때 생기는 행동 및 생리 변화에 덧붙여 생리적인, 화학적인 변화까지 살펴본다. 그리고 사랑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국가나 사회, 문화적으로 사랑이 서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을 이야기하고, 또한 우정이나 동물, 신에 대한 사랑과 같은 남녀 간의 사랑 이외의 다른 형태의 사랑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랑이 감정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사랑의 어두운 면까지 다룬다.
이 모든 것을 간단히 얘기할 수 없기에 몇 가지만 인상적인 부분을 다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데, 우선적으로 이야기할 것은 사랑을 할 때의 뇌의 상태다. 무의식과 관련된 변연계 영역인 미상핵머리와 조가비핵이 활성화되고, 전전두엽 피질에서는 신뢰나 공감 등 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사회적 행동을 관장하는 영역이 활성돠된다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활성이 사라지는 영역도 있는데, 짐작할 수 있듯이 두려움이나 위험을 탐지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편도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피질이 그렇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무의식적인 영역과 함께 의식적인 영역도 함께 활성화되면서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되고, 또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생기는 위험도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다른 관계, 이를테면 부모-자식 관계, 우정, 신에 대한 관계 등에도 사랑을 비교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되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실상 거의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사랑의 생리학적, 뇌과학적 본질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얘기는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니... 조금은 의아하게 여겨지는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애나 마친은 사랑은 감정, 즉 혐오나, 공포, 행복 등과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감정은 일시적인 반응, 혹은 느낌일 수 있지만, 사랑은 그렇지가 않다. 사랑은 복합적이면서 평생 동안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굶주림이나 갈증, 피로와 더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 어린 시절 느꼈던 어떤 감정 때문에 평생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사랑과 관련한 어떤 부정적 상황은 평생 그 사람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사랑은 분명 단순한 감정과는 구분되어 설명되어야 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긴 장이 사랑의 어두운 면을 이야기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사랑은 항상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랑은 기본적으로 통제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착취나 조종, 학대의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도 역시 우리는 잘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부각된 가스라이팅의 문제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애나 마친은 이 사랑의 어두운 면을 정치적인 것에까지 이끌고 간다. 정치적 리더가 자신을 추종하는 군중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현상은 역시 사랑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가수나 영화 배우 등에 대한 일방적인 추종 역시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어떤 단계를 지나면 부정적인 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지적한다.
사랑은 생존을 위해 생겼고, 또 생존을 크게 좌우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강력한 화학 작용이기도 하며, 다양한 대상을 통해 표출될 수도 있다. 사랑은 통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사랑은 모든 것이다. 저자의 결론은 그렇다. 과학은 사랑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아내기도 했지만, 모든 것인 사랑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