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의 심리학

천위안,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by ENA

제갈량, 혹은 제갈공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황들이 여럿 있다.

삼고초려(三顧草廬), 천하삼분지계, 적벽대전, 주유와의 대결, 비단주머니, 출사표 등. 이런 이 일화들은 너무나 강렬한 일화들이라,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신비화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어쩌면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신화 속 인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심리학자 천위안은 심리학을 통해 『삼국지(三國志』의 인물을 이해하는, 『삼국지(三國志』의 인물을 통해 심리학을 설명하는 작업을 하는데, 조조에 이어 제갈량을 택했다. 읽으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심리학과 제걀량은 너무나도 죽이 잘 맞는다. 제갈량이야말로 심리를 이용해서 사람을 좌지우지하고, 천하를 다투지 않았는가?

IMG_KakaoTalk_20230217_103422589.jpg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에서는 유비가 삼고초려를 통해서 제갈량을 등용하는 데서부터 적벽대전을 통해서 주유로 하여금 조조의 군대를 물리치고, 그후에는 주유와 대결하는 장면까지를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제갈량이 승승장구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고, 그래서 더욱 그가 심리학적으로 얼마나 능수능란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적절하기 그지없다.


일단 삼고초려부터 보면 흔히는 이를 유비가 인재를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로 소개되지만, 여기서는 유비가 자신을 등용하고, 또 등용했을 때 전적인 믿음을 가지도록 하고, 전권을 쥐기 위해서 제갈량이 어떤 심리적 조작(?)을 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러 유비의 애간장을 녹이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 전략이었다.


적벽대전의 일화도, 아무런 군사도 가지지 않았던 제갈량이 주유의 군사를 이용하여 조조의 군대를 물리치는데, 가장 클라이막스라면 제갈량이 제사를 통해 동남풍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들 알려져 있듯이 동남풍은 한번 불게 되어 있었고, 제갈량은 그걸 자신의 힘인 양 속였던 것이다. 그러니 주유의 승리는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었지만, 그 승리를 공동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제갈량은 발휘한 셈이다.


그밖에 제갈량의 여러 활약을 소개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조금은 우스운 생각이지만 제갈량이 다름 아닌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기꾼이란 본디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편취하는 이들이 아닌가? 제갈량은 물론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 주로 쓴 수법은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것은 속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숙이나 주유를 번번이 속여 넘기는 것이 그런 것이었고, 유비의 장수들을 다루는 것도 심리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누구도 지금 제갈량을 사기꾼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가 크게 움직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에게 드리워진 신화의 그림자가 짙기 때문인가? 아니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인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인가? 나는 이 모든 것, 아니 이것보다 더 많은 이유들이 제갈량은 단순한 대형 사기꾼이 아닌 희대의 천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제갈량이 될 수는 없지만, 제갈량이 사람을 다룬 상황들을 음미해보면 우리 생활에도 조금은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대로 써먹다간 진짜 사기꾼이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역으로 사기꾼의 심리학에 당하지 않는 쓰임새도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코노미스트』를 통해 본 근대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