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주가 도쿄 한복판에서 납치됐다!

고호, 『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by ENA

어떻게 평을 해야 할지 좀 난감하다.

아주 자극적이면서 시의에 적절한 소재를 많이 얽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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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실제에 근거한 소재부터 얘기하자면, 한창 논란인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제3자 배상을 통한 해결(?)까지는 다루지 못했지만, 만약 소설이 몇 달만 늦어졌더라도 다루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은 야스쿠니 신사 문제다. 야스쿠니에는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강제로 끌려가 전쟁에서, 노역장에서 죽은 조선인들이 합동으로 ‘모셔져’ 있다. 이에 대한 소송은 “고통은 이해할 만하나 참기 힘든 고통은 아니다”라며 기각되었다.


일본인 북한 납치 문제도 실제의 얘기다. 지금은 어느 정도나 일본 정부가 신경쓰는지는 모르지만 과거에는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혹은 다른 방식을 통해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중 하나였다.


허구도 굉장히 자극적이다. 강제 노역 피해자의 후손인 문준기는 일본의 공주 아이코를 일본 귀족들을 비롯한 명문가의 자제들만 다닌다는 가큐슈인(?習院) 대학에서 납치한다. 하지만 아이코 공주가 문준기의 생각에 동조해서 함께 벌인 자작극이다. 아이코 공주는 실제 인물이지만, 그녀가 일본의 과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일본 공주 납치 자작극이라는 허구의 사건과 여려 일본과 한국, 북한 사이의 복잡한 과거, 아니 현재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작가는 ‘당연히’ 한국인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시각이 많이 배겨 있는데, 문제는 그 시각이라는 게 많이 흔들린다. 일본을 볼 것인지, 일본인을 볼 것인지, 일본의 과거를 볼 것인지, 일본의 현재를 볼 것인지, 일본의 천황제도를 볼 것인지, 천황제도 속의 약간은 전향적인 천황(혹은 공주)을 볼 것인지 선명하지 않다. 그래서 제기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겠지만, 그 문제 제기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은 애매한 느낌이다.


그리고 소설 속 주요 인물의 설정이 너무 좁다. 흥신소를 하는 이라든가, 문준기를 쫓는 형사가 알고보니 어떤 사람이었다, 는 식의 전개를 책의 뒷표지의 “놀랍게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맞기는 한데, 그게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게, 정교한 장치를 통한 반전이 아닌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그들의 정체를 미리 설정하였을 테지만, 그것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뭔가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적지 않다. 왜 유리코였는지, 즉 왜 그 마을이었는지도 잘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소설이 일본을 배경으로 사건을 만들어내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갈등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하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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