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의사였던 아서 코넌 도일은 환자도 별로 없던 탓에 어렸을 때부터 써왔던 단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맨 처음 발표한 소설이 바로 <주홍색 연구>다. 소설은 셜록 홈즈를 그의 평생 조력자가 되는 존 왓슨이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셜록 홈즈의 활약은 모두 존 왓슨이 기록하는 형식을 띠게 된다. 셜록 홈즈가 주인공인 추리소설 몇 편을 읽기는 했지만, 체계 없이 여기저기서 눈에 띌 때만 읽었었다. 그러다 보니 이 중요한 첫 소설이 읽지 않았더랬다.
최현빈이 반역하고 열림원에서 낸 “셜록” 시리즈의 첫 번째가 (당연히) 바로 이 <주홍색 연구>로 시작하고 있고, 이 외에 <춤추는 사람 그림>, <오렌지 씨앗 다섯 개>, <브루스파팅턴호 설계도>, <해군 조약문>이 실려 있다(이 중 드문드문 읽었던 소설에 포함된 것은 <춤추는 사람 그림> 하나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좀 독특한 것은 옮긴이가 각주로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를 끈 것으로 아는 BBC 시리즈 <셜록>과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드라마 <셜록>도 드문드문 봤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드라마가 그저 시대만 현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이야기들을 이렇게 저렇게 섞어 놓고, 재해석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BBC 시리즈 <셜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원작을 소개하는 느낌이 든다(책 말미에 책의 구성이라고 해서 책의 내용과 드라마 시리즈의 관련 작품을 연관지어놓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나는 BBC 시리즈 자체를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읽지는 않았다. 그래서 몇 가지 생각나는 점만 간략하게 적어보면,
우선, <주홍색 연구>가 꽤 특이하다는 점이다.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는데, 특히 2부와 같은 구성은 다른 작품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존 왓슨이 직접 보거나, 혹은 코넌 도일의 입을 통해서 전해 들은 얘기가 아니라 또 하나의 소설적 구성을 지닌 내용인 것이다.
또 하나는 생각보다 셜록 홈즈가 음울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문드문 본 TV시리즈에서의 느낌은 거의 범죄자가 되지 못한 탐정이란 느낌인데(자신이 범죄자였으면 큰 일 났을 거란 내용이 나오긴 한다), 소설에서는 오히려 자신감이 넘쳐 흐르는 조금은 유쾌한 성격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셜록 홈즈가 과학자 같지만(화학 실험을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결국은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를 짚는 건 거의 직감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 직감이라는 게 그냥 느낌이 아니라 여러 과학적 근거를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그 미약한 과학적 근거들을 순식간에 파악하여 정리하는 능력은 누구나 갖출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과학적 이성을 강조하던 아서 코넌 도일이 왜 말년에는 영매(靈媒)에 빠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