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균을 발견한 예르생의

파트리크 드빌, 『페스트와 콜레라』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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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 유럽 인구의 1/3 내지는 절반을 앗아갔다는 페스트. 이 페스트의 학명은 Yersinia pestis다. 우리말로 읽으면 예르시니아 페스티스. 종소명 ‘페스티스(pestis)’야 페스트를 의미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알 것 같다. 그렇다면 속명 ‘예르시니아(Yersinia)’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사람 이름이다. 알렉상드르 예르생(Yersin)이라고 하는.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국적의 세균학자다. 그는 19세기 말 홍콩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일본인 세균학자 기타자토와 경쟁하면서 페스트의 원인균을 처음으로 정확히 찾아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게 되었다(이 얘기를 내가 쓴 책 『세균과 사람』에서 하고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7861893).


예르생은 파스퇴르 연구소의 대표주자로, 기타자토는 코흐 연구소의 대표주자로 홍콩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도착하여(기타자토가 조금 먼저 도착해서 일을 시작했다), 페스트의 원인균을 밝혀내는 연구 경쟁을 벌였다. 이 경쟁은 과학사에서도 거의 드물게 단시간 동안 벌어진 가열찬 경쟁이었고, 결과를 인정받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예르생이 이 경쟁에서 승리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전에도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파스퇴르 밑에서 에밀 루와 함게 디프테리아 연구로 이름을 얻었지만, 예르생이라는 이름이 영원불멸해진 것은 분명 페스트균의 발견 때문이었다.


그에 대해서 조금 글을 쓴 나도 그 내용은 잘 알고 있었고, 또 그 이후에 베트남에 정착해서 여러 가지 일을 했다는 정도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했다. 파트리크 드빌의 소설, 혹은 평전 『페스트와 콜레라』이 전하는 예르생의 모습은 내가 그에 대해 쓸 때 떠올렸던 모습과 조금 다르다(왜 그때 이 책을 몰랐을까?).


곤충학자 아버지가 죽은 후 태어나 독일로 유학을 가서 의사가 되고 연구의 기초를 닦았지만, 코흐에게 가지 않고 파스퇴르의 파스퇴르 연구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파스퇴르의 수석 제자 에밀 루와 함께 디프테리아에 대한 연구로 이름을 얻었고, 강의까지 하게 되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생활을 따분하게 여겼다. 그가 롤 모델로 삼은 것은 아프리카 오지 탐험으로 명성을 떨친 영국인 리빙스턴이었다. 예르생은 바다로 나갔고, 나중에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밀림을 탐험했다. 그러니까 그는 과학의 탐험자에서 지리적 탐험가를 오갔던 셈이다. 그러다가도 파스퇴르 연구소의 부름으로 홍콩으로 파견되어 페스트균을 발견하는 업적을 이루기도 한다.


나는 이 페스트균 발견이 예르생 인생의 정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그는 그렇게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비록 직접 움직이는 탐험은 그만둘 수 밖에 없었지만, 베트남 냐짱에 정착하여 키니네와 고무의 제왕으로 군림한다. 책에서의 표현이 그렇다. 무슨 마약의 제왕 같은 느낌이 들고, 그게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어 마음대로 한 것처럼 들어 별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는 그곳 사람들을 위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다. 콜라를 처음 개발했다는 내용도 매우 놀라운 얘기다. 그러면서 학교를 세우고, 병원과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여 베트남에는 아직도 그의 박물관과 연구소가 남아 있다.


말하자면, 그는 세균학 연구 하나에만 평생을 헌신하여 업적을 이룬 인물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몸을 직접 움직여 부딪히는 것을 좋아했던, 그래서 모험과 탐험을 즐겼던 인물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도, 2차 세계대전 때도 전쟁이 벌어지는 유럽에서 벗어나 있었고, 정치적으로도 어떻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지만(그럼에도 친한 정치인은 많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베트남 작은 마을에 전부 주고 갈 정도의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층적인 인물인 예르생을 파트리크 드빌은 스스로 ‘미래의 전기 작가 유령’이 되어 시대를 오가며(이야기를 1940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에 휩싸인 유럽을 떠나 베트남을 가는 비행기를 탄 얘기로부터 시작한다. 예르생의 말년이다), 또 이 사람 저 사람 마음을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소설인 듯 평전인 듯 자유롭게, 그렇지만 꼼꼼하게 한 인물을 추적해나가고 있다. 20세기 과학의 역사에서 많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너무나도 중요했던 인물이 바로 알렉상드리 예르생이다.


* 제목이 “페스트와 콜레라”인데(원제도 그렇다), ‘페스트’는 이해가 되지만 ‘콜레라’는 좀 난데 없단 생각이 든다. 예르생과 콜레라는 연관성이 매우 떨어진다. 책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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