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세계사

이시 히로유키, 『한 권으로 읽는 미생물 세계사』

by ENA

“미생물 세계사”라고 했지만,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감염체, 즉 ‘미생물’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 감염체들이 일으킨, 일으키는 질병, 즉 감염병에 관한 이야기. “감염병의 세계사”다. 그리고 전체 분량의 약 1/4 가량은 일본의 감염병에 관한 얘기를 따로 떼어서 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도 일본에 관한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는 옮긴이가 각주를 통해 보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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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괴롭혀온, 아니 많은 목숨을 앗아간 감염병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왔다. 이 책은 일본에서 2014년에 출판되었고, 당시 최근 감염병으로 신종플루와 에볼라출혈열을 다루고 있다(한국어판 서문에 코로나-19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감염병과 감염병의 역사를 다룬 책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은 좀 다른 느낌을 준다.


저자인 이시 히로유키는 오랫동안 언론사, 국제기구, 대학 등에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인물이다. 이미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환경사의 관점에서 풀어쓴 책을 낸 바가 있는데(우리나라에는 두어 권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이 책은 환경사의 관점이라기보다는 감염병의 ‘역사’를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통계 자료를 인용하고 있으며, 특히, 20세기 이후 감염병이 이환율과 사망률, 그리고 그 질병들이 전파 경로 등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히 다루고 있다. 다른 감염병 관련 책들의 저자가 역사가라든가, 의사나 미생물학 전문가인 데 반해, 이시 히로유키는 통계라든가, 각종 보고서에 익숙한 경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런 특징이 도드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책에서는 접하지 않았던 여러 통계를 통해 각종 감염병의 실태와 전파에 대해서 구체적인 상을 그려낼 수 있다.


저자가 다루는 감염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과거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를 괴롭혀온 대표적인 감염병, 즉 페스트, 천연두, 콜레라, 에이즈, 스페인 독감, 결핵 등을 비롯해, 최근에 등장한(등장했다기보다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인류 에볼라출혈열과 신종플루, 뎅기열,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현재는 그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홍역이라든가, 헤르페스바이러스, 풍진, 성인 T세포 백혈병, 그리고 더욱 생소한 톡소포자충도 그의 너른 자장에 들어오고 있다. 정말 역사적 감염병에 관한 너른 이야기다.


다만 감염병, 혹은 미생물 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그 자체에 대해서는 조금은 미진한 설명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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