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다시 읽은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총, 균, 쇠』

by ENA

2001년 12월에 읽고, 20여 년 만에 (어떤 이유 때문에) 다시 읽었다. 다시 읽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하도 많이 이 책의 내용을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자체에 대한 해설도 있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논지를 발달하거나, 혹은 비판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만큼 이 책은 1990년대 말 출판된 이후 하나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책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한다.


IMG_KakaoTalk_20230430_152255096.jpg



그래서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의 논지를 자세히 요약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듯하다. 대륙의 동서 축과 남북 축의 차이, 작물화할 수 있는 식물과 가축화할 수 있는 대형 동물의 차이 때문에, 기술, 유행병, 정치 조직 등의 차이를 가져왔고, 결국은 AD 1500년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게 다이아몬드의 논지다. 즉, 유럽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차이 때문에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게 된 게 아니라 우연한 지리, 환경적 조건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관한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이와 같은 인식의 줄기는 지금은 거의 상식과 같이 되었다. 그만큼 다이아몬드의 이 책은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을 때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는 다른 점들을 몇 가지 느끼게 되었다. 그것들을 간단히 밝혀본다.


우선은 굉장히 민족, 혹은 부족에 대한 분석이 자세하다는 점이다. 부족의 특성은 물론, 그 부족의 이동과 지배 관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분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후의 연구가 수정하고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분석의 의의는 크게 손상되지 않을 듯 싶다.


또 한 가지는 질병, 즉 감염병의 중요성에 대해서 예상보다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중에서 중요한 것들은 바로 병원균, 기술, 정치 조직, 문자 등의 차이였다. 이 가운데 식량 생산의 차이와 가장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요인은 병원균이었다.”(528쪽)와 같은 쓰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예의 풍부함은 별로다. 병원균, 즉 감염병과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준 예로 대표적인 것은 피사로가 잉카 제국을 점령할 때 정도를 빼놓고는 결정적인 예를 별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병원균이 농업의 발명과 더불어 인구의 밀집화, 대형 동물의 가축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은, 이후의 연구에서 분명해졌고, 예도 풍부해졌다.


그리고 읽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점도 다시 느낀 점이다. 20년 전에는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그때도 그렇게 전체적인 논지는 물론이고 세부적인 면에서도 그렇게 힘겨워하지는 않지 않았을까 싶다. 그 이유는 아마도 논리적인 설명을 찾기 위해서 부단히도 애썼기 때문일 것이고, 또 많은 이들을 염두에 두고 쉽게 쓰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란츠 카프카, 혹은 카프카적(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