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같은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다

랜들 먼로, 『아주 위험한 과학책』

by ENA



『위험한 과학책』 다음은 『더 위험한 과학책』이었고, 이번에는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다. 점점 더 위험해진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더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과 답변이라는 뜻일까? 그 정도는 가늠하는 것은 의미 없고, 이번의 『아주 위험한 과학책』를 규정하는 형용사들, 이를테면 ‘엉뚱한’, ‘기상천외한’, ‘호기심 가득한’ 등등의 단어와 함께 ‘과학적’이라는 형용사를 함께 이끌 고 다닌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별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 형용사를 동시에 붙일 수 있다는 것이 랜들 먼로의 책이 가진 장점, 아니 모든 것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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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구의 육지를 페인트로 칠한다든가, 10억 층 짜리 건물을 짓는다든가, 토스터로 집 난방을 한다든가, 침으로 수영장 전체를 채운다든가 하는 질문들에 대해 정색하고 몇 페이지에 걸쳐서 궁리하고, 계산해서, 대부분 가능하지 않다거나, 이론적으론 가능할 순 있지만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답변을 다는 것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볼 수 있는 상상이긴 하지만 그걸 실제로 질문으로 다는 것은 어떤 생각에서인지도 궁금하고, 그걸 농담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여겨 답변을 다는 것도 어떤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데 가만히 읽고, 보면서(그림이 적지 않으니) ‘과학적’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재 우리의 문명을 이루는 과학이라는 것도 어쩌면 과거의 이런 엉뚱하고, 농담 같은 생각들에 답변을 하다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증기를 에너지원을 사용한다는 생각이라든가 하는 것 말이다. 여기의 질문들 중에는 어쩌면 먼 훗날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여전히 엉뚱하지만, 여기의 질문들보다는 훨씬 덜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전혀 가능하지 않은 생각들도 많다. 랜들 먼로는 이런 상상들에 아주 정색해서 여러 계산과 상황들을 고려해볼 때 전혀 가능하지 않다, 미래에도 가능할 리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과학적’이라는 걸 생각하게 한다. 그 가능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과정 역시 과학적 사고와 계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따져보고, 궁리해보는 과정 역시 과학이라는 얘기다. 과학은 다양한 수준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해야만 하는, 아주 복잡하지만, 또 쓰임새 많은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을 여기서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질문과 답변을 골라보라면 다음과 같은 것을 골라보겠다.


첫 번째는 사람이 그네를 흔들어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에 관한 질문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그네 줄이 길수록 높이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질문과 답변에서 알게 되었다. 만약 9m 길이의 그네에서 시도를 하면 절대 45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단다. 해봐야 2.4m 짜리 그네보다도 높이 올라갈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가장 높이 올라가게 해주는 이상적인 그네의 길이는 3~4.5m 정도라니 우리가 놀이터에서 보는 것 정도라는 얘기다. 말하자면 그다지 엉뚱한 질문이 아니라, 내 인식 체계 속에서 가능한 질문과 답변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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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키가 클수록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얘기도 인상 깊다(?). 키 큰 사람에게는 태양이 늦게 진다는 것인데, 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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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취한 사람의 피를 마셔서 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이다. 실제 그런지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도 없고, 인상 깊지도 않은데, 랜들 먼로는 이 질문을 확장해서 사람이 피를 얼마나 마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실제로는 다른 데서 찾았을 거다) 평범한 사람은 500밀리리터 이상의 피를 마시려고 하면 구토를 한단다. 그리고 피를 규칙적으로 마시면 오랜 시간 동안 철이 쌓이고, 철분 과다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은 감염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드라큘라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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