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스 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 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 헬렌 한프, 1969년 4월 11일 편지에서
미국 뉴욕에 사는 가난한 작가 헬렌 한프와 영국 런던의 중고서점(마크스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과 직원은 1949년부터 거래를 시작한다. 작가는 책을 요청하고, 서점에선 요청한 책과 관심가질 만한 책을 보내준다. 20년 간 거래는 이어지고, 편지도 이어진다. 아무리 거래라고 하지만, 20년 간 편지를 주고받다보면 감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작가는 원하는 책을 구해달라고 하면서, 전후 사정이 좋지 못한 영국에다 식료품도 보내주고, 필요한 것들을 함께 보내준다(이를테면, 성탄절 선물로 햄과 달걀을 보낸다). 서점에선 그녀가 원하는 책과 좋아할 만한 책을 찾아내고 보내주면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꼭 런던에 들르기를 소망한다(손수 수를 놓은 식탁보를 선물하기도 한다). 성공하지 못한 작가였던 헬렌 한프였기에 꼭 읽고 싶은 책을 그렇게 중고서점을 통해서 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궁핍한 삶이었지만, 서점 역시 풍족하지 못하고 겨우 운영하는 처지였지만, 말하자면 거래를 넘어선 인간적인 교류를 하게 된 것이다.
뭐랄까, 감동이라고 하기에는 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지는 관계에는 깊은 느낌이 있기 마련이고, 이 책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책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는.
예전에 본 영화 때문에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이 책 제목 그대로 나온 영화는 아니고, <북 오브 러브>라는 탕웨이가 나오는 영화였다(https://blog.naver.com/kwansooko/221247440028). 아버지를 여의고 카지노 도우미로 힘겹게 살아가는 여인과 미국으로 이민 가서 공인중개사로 살아가는 남자가 책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그 책이 마로 이 책, 『채링크로스 84번지』였다. 거기서도 여자와 남자는 편지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결국은 채링크로스 84번지에서 만난다. 그리고 잊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