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에 이은 ‘블랙 쇼맨’ 가미오 다케시가 활약한다. ‘트랩핸드’라는 바를 운영하는 전직 마술사 가미오 다케시는 손님들의 고민과 문제를 들어주고, 조언하고, 나아가 해결하는 재주꾼이다. 우리말로 ‘오지랖’인 셈인데, 그의 오지랖은 단순한 참견이 아니라 놀란 만한 추리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란 점에서 현대의 작은 ‘히어로’다.
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맨션의 여자’에서는 애절한 사연을 가진 여성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주고 있고, ‘위기의 여자’에서는 결혼 상대를 찾아주는 역할(정확히는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환상의 여자’에서는 죽은 이를 못 잊는 한 여인의 마음을 다잡아 주기 위해 트릭을 쓴다.
커다란 사건이라기보다는 손님들의 사정(물론 그 손님들에겐 커다란 사건이겠지만)을 헤아리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소소한 동네의 해결사 같은 모습이 ‘블랙 쇼맨’이다. 물론 소설마다 반전은 있지만, 이런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반전이 있을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에 사실은 반전이라기보다는 기대를 맞춰주는 이야기 전개처럼 여겨진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혼신을 다해서 썼다는 느낌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오른 얘기들을 쓴 것 같은 느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주를 맞보며 가볍게 읽자면 추천. 히가시노 게이고의 둔중한 주제 의식과 따뜻함, 그리고 날카로움 등을 읽자면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