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를 추리소설의 탐정에 비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고학자가 작은 증거를 토대로 전모를 밝혀가는 과정은 탐정의 추리와 닮은 데가 없지 않다. 고고학자도 유물이라는 증거를 넘어서 상당한 상상을 보태고, 탐정도 종종 상상력을 동원할 때가 있다. 문제는 그 상상력의 영역인데, 그 상상력이 어느 정도나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부분이다.
『테라 인코그니타』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이 책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를 뽑아들 때 『테라 인코그니타』의 저자가 쓴 책이란 걸 인지하지 못했었다. 읽기 위해 책날개를 펼치면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
『테라 인코그니타』가 고고학의 세계를 넓게 펼치고 있다면, 이 책은 그 범위를 ‘우리의 땅’과 ‘우리의 선조’를 대상으로 좁히고 있다. <1장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는 청동기 시대의 유물(비파형 동검과 모피)을 토대로 고조선이라는 국가를 조명하고 있고, <2장 우리는 어떻게 세계와 교류했는가>에서는 신라의 금관을 중심으로 고대인들의 넓은 교류를 들여다보고 있다. <3장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에서 더 심하게 가려진 부분, 동해에 면한 지역의 이야기를 다룬다. 옥저와 읍루라는 잘 언급되는 않는 고대의 부족 국가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중국의 역사와는 차별되는 우리만의 역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4장 우리의 언어와 DNA에 새겨진 기원을 찾아서>에서는 제목대로 언어와 DNA를 통한 한반도인의 기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강인욱 교수는 우리 역사의 단일성보다는 혼재성에 더 방점을 찍는다. 고조선이라는 국가가 교역을 통해서 발달했으며, 신라 귀족이 흉노의 후손이라고 한 것은 북방의 선진 문명에 대한 동화를 나타낸 것이며, 환동해권의 부족 국가들 역시 우리의 역사 속에 포함시키는 것도 우리 역사의 다채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DNA가 그런, 단일하지 않은 한민족의 기원을 보여준다.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러나 중요한 얘기들이 많다. 고조선의 모피 교류 얘기는 어디선가 흘려들었던 것 같고, 옥저와 읍루에 관해서 역시 그렇다. 그들의 온돌이 지금까지 내려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신라의 흉노 기원설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없지 않은데, 저자인 강인욱 교수는 흉노가 이주한 것이 아니라 신라의 지배층이 그들을 흉내 내고 선망한 것이라고 이제는 정리되어 간다고 한다. 그런데 궁금하고, 아쉬운 것은 어떤 근거로 그렇게 정리를 하게 되었는지가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반대한다는 의미에서가 정말로 궁금하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문제점(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기원에 관한 모호성)은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인데, 이 책에서는 더욱 모호한 점을 기술하고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밝혀질지, 혹은 더욱더 미궁에 빠질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미궁을 고고학은 어떻게 빠져나오고, 또 설명할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