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개혁가들의 도전과 한계

임용한, 『시대의 개혁가들』

by ENA

개혁을 사전 뜻대로 풀이하자면,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으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어떤 단위의 조직에서든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새롭게 바꾸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로는 기존의 제도나 기구, 관행이 조직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개혁이라는 게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여기서는 ‘정도’를 얘기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나 바뀌어야 개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는 없다는 얘기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혹은 규정하는 사람들의 주관성이 많이 개입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개혁은 누구나 주장하기도 하지만, 또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언제나, 어디서나 무언가 못마땅한 점들은 있기 마련이므로 늘 개혁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 개혁의 주장이 유효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떠나서도 진심으로 조직의 앞날을 위해 무언가를 바뀌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을 위해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있어보여서 말로만 떠드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역사 속의 개혁가들이라고 하면, 국가가 정체된 시기, 문제점이 노출된 시기에 그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던 인물들을 일컬을 것이다. 임용한이 꼽은 사람들도 그런 의미에서 골랐을 것이다. 고려에서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의 열두 인물들인데, 부제가 ‘역사의 변화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이 인물들은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려고 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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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은 이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고 했다. ‘자기 경험과 감정적인 열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개혁가들’, ‘자신의 시대를 진단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준비를 통해 변혁을 추구한 개혁가들’, ‘한국사회의 폐쇄적인 세계관과 싸웠던 개혁가들’(여기서 ‘한국사회’라고 한 것은 오류라 생각한다. 여기의 인물들 아무도 한국사회에 살지는 않았으니). 이 유형에 따라 인물들을 구분지어보면, 첫 번째 아쉬운 개혁가들의 범주에는 광종, 조광조를 들고 있다. 열정은 넘쳤으되 그 실행에 있어서는 잃은 것이 너무 많거나, 열정만 넘치고 스르로 자가당착에 빠졌던 인물들로 평가하고 있다.


임용한이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는 두 번째 부류의 인물들은 정몽주와 조준, 김지다. 정몽주가 어떤 인물인지는 다들 알지만, 주로는 고려에 대한 충성심에 대한 것이고, 그의 개혁적인 면모는 잘 언급하지 않는데 임용한은 정몽주를 평가할 때 더 중요한 부분이 그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준과 김지는 더욱 잘 평가받지 못하는 인물들인데(김지에 대해서는 처음 알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을 개혁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이 책의 중요한 의도가 아닐까 싶다.


닫힌 사회에 대해 도전했던 인물들은 많다. 고려 시대의 이제현, 대동법의 히어로 김육, 비운의 소현세자, 실학의 박제가와 유형원, 『매천야록』을 짓고 한일 강제합병에 절명시를 짓고 죽음을 택한 황현, 풍운아 흥선대원군, 그리고 윤치호가 바로 임용한이 쓰고 있는 인물들이다. 사실 이 부분이 어쩌면 논쟁적인 부분일 듯한데, 과연 황현이나 윤치호를 개혁가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가에서부터 의문이 있다. 그들이 무슨 ‘새로움’을 추구했는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것 같고, 유형원 같은 인물 역시 세상에서의 활동은 하나도 없이 『반계수록』이란 책을 지었으며, 그 책이 그가 죽은 후에야 발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활동 없는 개혁가’가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상당히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포함시킨 이유도 짐작할 만하다. 그저 그런 청소년용 도서가 아니라, 개혁이란 무엇이고, 시대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개혁가의 진정한 사명, 모습이란 어떤 것인지를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책에서 역사가 임용한의 시각이 정말 많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다분히 주관적인 인물 평가에서 개혁을 넘어서 역사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드러난다. 그의 생각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생각할 거리는 충분하다.


* 참고로 여기 인물들과 관련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고백해야 겠다. 광종이나 이제현과 같은 고려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물론, 그리고 충선왕이 어떤 식으로 통치를 했는지에 대해서 그렇고, 조광조 등의 인물들이 어떤 출신인지에 대해서는 예상 외의 사실들이 있었다. 소현세자가 아버지 인조의 의심을 사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좀 더 알게 되었고(그게 맞든 그르든), 박제가와 유형원, 나아가 정약용의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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