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된 '미래'를 만든 사람들

존 거트너, 『벨 연구소 이야기』

by ENA

빌 게이츠는 “내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면 1947년 12월의 벨 연구소를 가장 먼저 들를 것이다.”라고 했다. 1947년 12월 벨 연구소의 존 바딘, 윌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 이른바 삼총사가 오늘날 반도체와 컴퓨터를 있게 한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그들은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다).


벨 연구소(Bell Labs). 전화를 발명한(정확히는 전화에 대한 특허를 맨 처음 신청한) 그레이엄 벨이 만든 전화회사 AT&G의 연구소다. 벨 연구소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이가 무려 10명에 이를 정도이고, 우리의 ‘현재’를 만든 많은 것들을 발명해낸 곳이다. 특히 정보 통신 분야에서는. 원래 이 책 제목(아이디어 공장, The Idea Factory)처럼 서부의 실리콘밸리 이전에 오랫동안 벨 연구소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조직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존 거트너는 팀을 이룬 조직으로(‘재능과 성격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많은 발명을 해낸 벨 연구소라고 하고 있지만, 그와 함께 개인적 능력도 중요했던 벨 연구소였기에(트랜지스터 발명에서 쇼클리의 역할이나 수학자 클로드 섀넌을 예로 든다) 몇 명의 탁월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머빈 켈리, 짐 피스크, 윌리엄 쇼클리, 클로드 섀넌, 존 피어스, 윌리엄 베이커 같은 이들이다. 물론 중요한 조연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이지만 이들이 벨 연구소를 이끈 주연은 분명 있었다는 것이 존 거트너의 생각인 듯하다. 그런데 윌리엄 쇼클리와 클로드 섀넌을 제외하고는, 그들은 주로 벨 연구소라는 조직을 이끈 인물들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니까 벨 연구소의 혁신 DNA는 그들과 같은 인물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얘기다. (아마 이 책의 주연을 조직을 이끈 사람들로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윌리엄 쇼클리와 클로드 섀넌 같은 인물을 조연으로 빼놓을 수는 없었을 거다.)


그런 훌륭한 지도적 인물들과 함께 천재적인 과학자들이 벨 연구소에 합류하면서 수많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제품들을 내놓은 것이 벨 연구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단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 연구소는 그만큼의 대우를 해줬다는 것이다. 훌륭한 인재를 찾아서 전국의 대학 연구실을 돌았으며, 그들이 벨 연구소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켰다. 다른 기업의 연구소보다 대학의 교수보다 더 자유로운 발상을 격려했고, 시간을 주었으며, 또 더 많은 돈을 주었다.


‘쓸 데 없는 호기심의 가치’를 굳건히 믿었기에, 좋은 해결책이 아니라 ‘좋은 문제’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비록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미래’를 구상하고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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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 뉴욕박람회를 앞두고 벨 연구소의 피어스와 데이비스가 작성한 메모에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개인 휴대전화’, ‘기계로 읽고 전선으로 전송하는 비즈니스 문서’, ‘먼 곳에서도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 도서관’, ‘우주 위성통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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