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자연자

롭 던, 『미래의 자연사』

by ENA

미래 인류의 운명,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생물의 운명을 알기 위해서는 생물 법칙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생태학자이자 진화학자인 롭 던은 이전 책들보다 훨씬 심각하고,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롭 던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이 어떻게 하면 멸종하지 않고 살아갈 것인가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인간의 멸종은 기정사실이다. 그게 언제가 될지의 문제일 뿐이다. 보통의 종이 존재하는 기간이 200만 년이라고 할 때, 이제 20만 년밖에 되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어린 종일수록 변화에 취약하며, 전문화된 종일수록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바로 어린 종이며, 전문화된 종이다.


그래서 포기하자고? 그건 아니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우리의 몇 대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동안 인류가 멸종하지는 않을 것이며, 지구에서 인간의 지위가 폭삭 내려앉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대신 생물 법칙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막 살아간다면 우리는 큰 곤란을 겪을 것이며, 우리의 멸종도, 혹은 지구의 황폐화도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롭 던의 얘기는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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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롭 던이 이야기하는 생물 법칙은 어떤 것일까? 앞에 놓일 것은 당연히 자연선택이다. 바로 다윈의 진화의 원리로 내놓은 바로 그것이다. 다윈은 자연선택이 꽤나 느리게 일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특정한 경우 자연선택의 과정이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특정한 경우’라고 했지만, 그 특정한 경우가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물을 의미한다(예로 드는 것은 항생제 내성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바로 세균을 의미하니 자연선택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빠르게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생물 법칙으로는 ‘종-면적 법칙’이 있다. 서식지의 면적에 따라 얼마나 많은 종이 사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어떤 곳에서 종이 더 먼저 멸종할지를 알 수 있으며, 또 새로운 종이 진화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개발과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 서식지를 잘게 쪼개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를 여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통로 법칙’에 보태어진다. 기후 변화에 따라 생물이 이동하는지의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는 법칙이 바로 통로 법칙이다. 이 통로 법칙을 통해서 동물 등의 종이 병원균이나 해충 등을 피해 가서 번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내가 보기엔 ‘종-면적 법칙’의 하위 법칙으로 보인다). ‘탈출 법칙’, ‘틈새 법칙이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탈출 법칙은 통로 법칙의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통로를 통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 즉 탈출에 실패하는 경우 종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를 보여준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 과거 더운 지방의 환경이 위도상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더운 지방의 해충과 병원균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 식물을 이를 피해 탈출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경고가 되는 것이 바로 탈출 법칙인 셈이다. 틈새 법칙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 종들이 어떤 조건에서 살아갈 지를 설명한다. 이 얘기를 하며 롭 던은 더울수록 폭력이 증가하고, 경제 수준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이러한 여러 생물 법칙들은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법칙이기도 하다. 다양성이 줄어들수록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상식과 같은 것인데, 이 상식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잊는다기보다는 머리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느끼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이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연구도 있고, 실험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 연구 결과도 있다. 잘 자라고 소출이 많이 나는 작물을 권장해서 키우도록 한다? 정책적인 면에서 농사꾼의 입장에서 물론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조만간 겪게 될지도 모른다(롭 던과 다른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롭 던은 미래의 자연사를 쓰면서 아주 비장한 어조로 쓴 건 아니다. 오히려 자연, 지구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고, 인간의 오만을 경고하는 차분한 어조다. 우리가 사라진다고 이 지구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목에선 조금은 시니컬한 면도 엿보인다. 그러나 지구에서 우리가 사라지면 그냥 우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수만, 수십 만 종의 다른 생물도 함께 멸종할 것으로 보는 대목에서는, 역시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적어도 생물 법칙을 잘 이해하고, 깨닫고, 지구에서 살아갈 만한 자격을 갖춘 인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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