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벤터가 밝힌 인공생명 합성 이야기

크레이그 벤터, 『인공생명의 탄생』

by ENA



크레이크 벤터는 생물학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그의 이름은 마치 악동과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가 과학에 입문한 경위에서도 그렇고,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와 관련한 공공 기관과의 갈등, 이후의 조금은 금기라고 여겼던 연구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든 점 등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가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이후 다시 과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발표를 했던 게 2010년 인공생명 합성에 관한 것이었다. 찬사와 함께 우려도 함께 터져 나왔었는데, 사실 많은 이들이 그가 한 일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크레이그 벤터는 직접 『인공생명의 탄생(원제:Lift at the Speed of Light)』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연구 그룹이 인공생명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글 때문에 부분적으로 필요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연구 보고서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기 시작했고, 빠져들어 끝까지 순식간에 읽어치웠다(필요한 부분은 다시 정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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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인공생명과 관련한 전사(前史)다. 말하자면 생명과학의 역사가 취사선택되어 인공생명, 혹은 DNA, 정보와 관련해서 설명되고 있다. 물론 기존의 과학 교양서에서 얘기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도 없지는 않지만, 새롭게 해석되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두 번째 부분은 벤터가 연구진과 함께 인공생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어쩌면 일반 독자들에게는 절대 쉽지 않은 부분인데, 생물학자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숨막히고 흥미로운 부분이다. 벤터의 인공생명에 대해 쓰고 있는, 많지 않은 책들이나 매스컴에서는 Mycoplasma에 속하는 한 세균에 또 다른 Mycoplasma에 속하는 종의 DNA를 합성한 것을 연결해서 넣어서 살린 것이라고 간단하게 얘기한다. 사실은 그래서 진짜로 인공생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많았다(벤터도 인정한다). 그런 글만 읽으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벤터와 그의 연구진이 해결해야 했던 문제들이 정말 많았으며, 그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결국에는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부분은 그 후의 얘기로, 합성생물학의 함의, 더 확대하여 생명의 의미, 생물학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조금은 지루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조금 신경 써서 읽으면 이 책이 쓰여진 2013년 이후 생물학이 과연 그 방향으로 향해갔는지, 그 수준까지 이르렀는지를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백신 개발 얘기가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벤터도 미처 예견하지 못했고, 또 백신과 관련해서도 mRNA 백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노바티스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었으니).


앞에서 얘기했듯이 이 책은 2013년에 출판되었고, 우리말 번역본은 2018년에 나왔다. 그래서 그 후의 벤터의 인공생명 연구는 포함되지 않고, 2010년의 논문의 최종 지점으로 나와 있다(물론 그것이 최종 종착지는 아니고 중간 지점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지만). 2010년 논문을 내고 6년 후 벤터와 연구팀은 보다 진전된 인공생명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2010년 발표 연구와 비슷한 연구였지만, 이번에는 세균이 가지는 모든 유전자를 합성한 것이 아니라, 세균이 가질 수 있는 최소 유전자를 만들었고, 이것을 텅 빈 세균에 이식했다. 이렇게 하여 새로운 인공 종(artificial species)을 만들어냈다. 벤터는 이 2016년의 논문으로 20년 동안 자신이 이끌어 온 연구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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