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성(性)과 권력의 디스토피아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by ENA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증언들』을 몇 쪽을 읽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관뒀었다. 당연했다. 『시녀 이야기』의 34년 만의 후속작이라는데(이야기의 시점으로는 15년 후), 『시녀 이야기』는 건너뛰려 했으니.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른다. 몇 달 전의 일이었고, 결국은 『시녀 이야기』의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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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의 세계는 기괴하다. 기괴하지만 황당무계하지 않다.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묘하게 혼합된 세계다.


21세기 중반, 세계는, 정확히는 미국은 재생산 실패를 겪는다. 고의적인 낙태와 질병, 독극물 폐기처리장과 생화학 무기 재고에서 흘러나온 물질들, 원자로 사고, 화학적 살충제, 제초제 등이 문제였다. 이때를 틈타 성서와 가부장제를 내세운 일단의 집단이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을 암살하고 의회를 해산시킨 후 길리어드라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운다. 국민들, 특히 여성들을 여러 계급을 분류하여 통치하는데 여기에는 성(性)적 착취가 포함된다.


주인공은 시녀(handmaid)다. 길리어드에서 시녀란, 다름아닌 ’씨받이‘다. ’사령관‘의 집에서 의례를 통해 오로지 재생산의 역할만 부여받은 신분이다. 사랑의 감정은 물론, 행위에 어떤 감정적 요소도 제외한 채 오로지 기계적인 움직임을 통해서만 재생산 활동을 한다. 물론 다른 누구와도 접촉이 금지되어 있다. 특히 기괴한 건 의례에서 사령관의 아내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무렇지도 않을까?


향락을 배제하고 사랑의 감정 대신, 오로지 재생산을 위한 성 행위만 인정하는 세상을 만든 권력자들이지만, 실제로는 향락을 즐기고 있었음이 도중에 드러나기도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당당했던 어머니는 콜로니에서 독극물을 처리하며 죽어가고 있었고, 시녀를 양성하는 레드 센터를 용감하게 탈출했던 모이라는 그 향락 파티에 동원되고 있었다.


임신을 해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시녀들은 이름도 없다. ’오브프레드‘니, ’오브글렌‘이니 자신들이 속한 사령관의 이름에 전치사가 붙는 형식일 뿐이다. 그것도 다른 임지로 옮겨가면 다른 이름을 쓰게 되고, 원래의 이름은 다른 이가 이어받는다. 익명성. 그것이 얼마나 몰인간적인지 여기서도 드러난다.


조지 오웰의 『1984』가 연상될 수밖에 없다. 조지 오웰이 정한 시점, 1984년에 이 소설을 썼을(1985년 발표) 마거릿 애트우드는 조지 오웰의 막강한 전자식 감시 체계는 배제한다. 직접 사람이 감시하는 세계다. 『1984』에서는 국가의 목적이 적국에 대한 생존이지만, 여기서는 오로지 사회의 존속이라는 명목을 갖는다. 과연 그 목적을 그런 방식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인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정한 대로 행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생각의 개조가 이뤄진다. 여성의 비하가 대표적이다. 잘못된 모든 것은 여성의 책임이다. 단 몇 년 만에 그런 생각의 개조가 이뤄진다. ’천사‘, ’수호자‘라 불리는 집단(군인과 감시자들이다)의 명칭 역시 그들의 목적을 감추는 데 이용된다. 그리는 세상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지만, 숨막히는 사회라는 점에서 비슷하고, 특히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더욱 끔찍하다.


결말은 열려 있다. 본명도 밝혀지지 않은 주인공, ’오브프레드‘는 임신한 상태에서 지하 조직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아마도 ’지하 여성도(The Underground Femaleroad)’라는 단체와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The Underground Femalroad’라는 이름은 미국의 흑인노예들을 탈출시키던 조직 ‘Underground railroad’에서 온 게 분명하다. 애트우드는 길리어드에서 여성의 위치를 미국의 흑인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봤던 것이다.


이제 후속작 『증언들』을 읽을 차례다.


* 이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언뜻 본 스틸컷은 내 상상과는 좀 다르다. 나는 이보다 더 음울한 장면을 떠올렸던 것같다. 상업영화나 드라마는 아마도 선정적일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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