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미오도닉, 《흐르는 것들의 과학》
《사소한 것들의 과학》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덕후 정도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런던의 자신의 집 옥상에서 온갖 물체들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중요하게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책이었다. 그런 류의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인상 깊었다. 그런 책은 읽고 난 후에도 가끔 생각난다. 그런데 그 기억이 옅어질 때쯤 두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이 고체를 다룬 것이었다면(원제가 “Stuff Matters”다), 이번에는 액체에 집중하고 있다. 원제도 그냥 “Liquid”, 즉 액체다.
재료공학 전문가인 마크 미오도닉이 이러한 고체 물질과 액체에 집착하는 것은 다분히 이해가 간다. 생물학자가 온갖 살아 움직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동물, 식물학자들도 그러지 않지만, 특히 분자생물학자가 그럴 일은 더더욱 없다), 재료공학자가 재료가 되는 물질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럴 것 같아 보이고, 또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갖는 관심의 수준을 보면, 역사적이고(물질의 역사를 되짚는다), 확장적이고(이러저런 다른 물질로 확장된다), 또 전문적이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에서 그의 일상이 자신의 집 옥상이었다면, 이번에는 바로 재료공학자로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비행기 여행이다. 비행 도중 겪는 일,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소재다. 일반인도 상상할 수 있고, 당연히 액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고(등유, 알코올, 바다, 음료 같은 것들이다), 좀 생각해보면 그래 그게 액체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있지만(액정, 침, 세정제 같은 것들), 그걸 액체로 봐야 하는 거였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다(접착제라든가, 구름, 지구 같은 것들이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이와 같은 ‘흐르는 것들’에 대해서 항상 자신과 관련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행 도중 맞닥뜨린 것에서 시작해서 자신의 경험이나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진다. 만약 그런 경험이 위주였다면, 이 책은 수필이 되어버렸을 테지만, 과학자인 마크 미오도닉은 당연히 그 얘기를 과학으로 이끈다. 과학적 원리를 애써 설명한다(쉽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현재 과학이 설명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대한 쉽게 설명하지만, 아직까지 잘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기꺼이 인정한다. 모든 장에서 그런, 과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과학의 무용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과학이 유용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일상을 꼬치꼬치 파고들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말 피곤한 일이다. 마크 미오도닉도 맘 먹었으니(또는 책을 쓰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지 평상시에도 항상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정말 그렇게 한다면 이 사람은 정말 피곤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역사성을 지니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혹은 설명할 수 없음에도 과학적이고), 또 그것들이 많은 다른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유익하다. 과학 아닌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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