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전성 시대,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빈야민 애펠바움, 『경제학자의 시대』

by ENA

1969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에서는 경제학자의 전성 시대였다. 그러나 여기서 ‘경제학자’란 말은 제한이 붙어야 한다. 바로 경제학자를 크게 둘로 나눌 때의 한 쪽, 케이스는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 40년 간 미국의 경제 정책, 나아가 사회 정책을 좌지우지한 경제학자들은 밀턴 프리드먼을 위시한, 이른바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이었다. 빈야민 애펠바움이 ‘경제학자의 시대’(혹은 원제대로 ‘경제학자의 시간’)는 다름 아닌 이들, 보수파 경제학자들의 시대였고, 이 책은 그들이 미국의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깊숙하게 파고들어 평가하고 있다.


사실 1950년,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도 경제학자의 위상은 별 볼 일 없었다 한다. 그 예로 저자는 첫머리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에서 푸대접 받으며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던 전 연준 의장 폴 볼커의 일화를 들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다른 전공의 고위직 인사들을 위해 계산이나 하는 사람들로 여겨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후반 완전히 바뀌게 된다. 그 중심에 바로 밀턴 프리드먼이 있었다. 이 책은 조금 과장하자면, 밀턴 프리드먼과 그의 영향력에 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밀턴 프리드먼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이른바 시카고학파라 불리는 그와 가까운 이들, 그에게 감화 받은 이들, 그에게 설득당한 이들, 혹은 그와 대척점에 섰던 몇몇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리드먼은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2008년까지의 미국 사회를 좌지우지했다고 볼 수 있다(어쩌면 더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칠레라고도 할 수 있지만). 미국 사회를 ‘보수 헤게모니’로 변화시킨 원동력에 프리드먼을 비롯한 보수파 경제학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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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들의 활약을 시간 순서를 따르면서도, 이슈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다루는 이슈가 징병제 이슈라는 것이 가장 놀랍다. 사실 이것이 경제 이슈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은 경제 이슈로 포장된 근본적인 경제 철학, 사회 철학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보수파 경제학자들은 ‘자유’를 내세우며 징병제를 반대하고, ‘모병제’를 부르짖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학자들이 다루었고, 여기서 애펠바움이 다루고 있는 이슈는 세금에 관한 정책이다. 프리드먼과 케인스의 대립을 얘기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시장에 어느 정도나 관여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이는 이후로 이어지는 많은 이슈들에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 문제에 대한 것이다. 이것도 새삼 알게 된 건데,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현상,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이로 인한 실업)가 동시에 일어났을 때 어느 쪽을 먼저 잡을 것인가의 문제가 굉장히 첨예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보수파 경제학자들은 단연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고 나섰다. 그로 인해 실업자들이 나오더라도 그건 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문제이며, 나중에는 결국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여겼다. 감세의 문제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접근했던 것이다.


또한 보수파 경제학자들이 굉장히 애쓴 문제는 반독점법을 철폐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시장이 스스로 최상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여겼고, ‘정의’보다는 ‘효율’을 우선시했다. 이는 규제의 철폐로 이어졌다. 소비자를 위해서 좋은 것이 선이라고 여겼는데, 이는 결국은 소비자가 될 노동자의 파산을 감안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의 ‘가격’ 문제가 이 시기에 첨예한 논점이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문제는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이기도 했지만, 매우 격렬한 경제 문제이기도 했다는 것을 역시 새삼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목숨 하나의 가치를 10억으로 보느냐, 100억으로 보느냐는 그 목숨을 구하기 위한 규제, 내지는 조치를 하는데 기업에게 강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비용 대 편익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제는 목숨의 ‘가격’을 누구나 계산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 가격이 얼마든 보수주의 경제학자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시간이 끝장 난 것은 2008년 경제 위기, 미국에서는 흔히 대침체(Great Recession)이라고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르러서였다. 시장 만능, 정부 불간섭과 같은 교리가 만고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난 사태였다. 애펠바움은 이후의 상황에 대해 깊게 다루고 있지는 않으나 40년 간 경제학자의 시간이 가져온 폐해를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철저하지 못한 응징과 경제 정책 역시 과거를 답습하였다는 것이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첨예한 논쟁의 지점은 날카롭게 지적되었고, 등장인물들은 살아 숨 쉬는 듯했다. 그들의 위트 섞인, 혹은 시니컬한 말들의 표현은 어디다 적어놓고 싶었다(홍기빈 소장이 <추천의 말>에서 이 책을 ‘거대한 활극 같은 책’이라고 한 데 적극 동의한다). 경제학의 역사이지만, 그 경제학이 좌지우지한 미국의 현대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밀턴 프리드먼의 책 한 권‘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분이 최고의 자리에 있는 나라. 그럼에도 경제학자보다는 다른 직업의 인물들이 많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나중에 이 시기를 뭐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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