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음악. 이른바 예체능으로 묶이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재능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여겨진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비슷한 감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둘은 묘하게 서로 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미술은 음악에서, 음악은 미술에서 소재를 찾고, 영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박소현의 『미술관에 간 클래식』은 바로 그런 미술과 음악 사이의 교감을 다룬다. 30명의 화가와 그들의 그림, 30명의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을 각각 짝짓고 있다. 짝지은 미술과 음악은 동일한 소재로 엮여있기도 하고, 비슷한 감성에서 출발하기도 하고, 화가와 음악가의 생애의 모양이 겹치기도 하고, 보고 듣는 사람의 느낌에서 같은 지점을 향하기도 한다. 그렇게 미술과 음악은 다양한 방식으로 교감하고 영향을 주고 받고, 감상자들에게 공통의,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의 감동을 준다.
그림은 자료로 제시하고 있고, 음악은 QR 코드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300쪽 조금 넘는 분량이지만 그림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읽는 것 자체에는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읽게 되는데,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그림을 감상하는 데, 저자가 친절히 덧붙여 놓은 QR 코드로 접속해 음악을 들으면서 저자의 음악 설명을 이해하노라면 생각보다 시간이 더디 간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짝을 찾으라면, 우선 나는 김창열의 <밤에 일어난 일>과 쇼팽의 <빗방울>을 들고 싶다. 화가와 음악가의 삶에서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으며, 그들이 묘사한 것이 겹친다. 그리고 그들이 그리고, 음표로 만들어 놓은 세상이 감상자들에게 들려주는 바도 감동스럽다. 쇼팽의 <빗방울>을 들어면서 김창열의 <밤에 일어난 일> 말고도 그의 물방울 그림을 찾아 보면서 둘의 생애가 세상에 남겨 놓은 자취에 안타까워하면서 그들의 작품에 푹 빠졌다.
또 하나를 더 들자면, 미로의 <구성>과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장난감 교향곡>의 작이다. 미로의 작품이나 우리가 잘 아는 그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작품인 <장난감 교향곡>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게 한다. 김창열과 쇼팽에서 어쩌며 비애감을 느끼며 마음이 가라앉는다면, <장난감 교향곡>을 들으며 미로의 그림을 보면서는 한동안 빙긋이 미소지을 수 있었다. 예술이란 참 많은 것을 우리 마음 속에 가져다 준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앞에서 예를 든 것을 포함해서 많은 짝들이 공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저 기계적으로 묶어 놓은 짝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그림이 좀 어두워서 저자가 설명하는 것들을 제대로 다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림과 음악에 대한 설명이 좀 메마른 듯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