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와 갈릴레이의 자취를 따라

박은정, 『르네상스의 두 사람』

by ENA

“르네상스의 두 사람”이란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가리킨다. 이 두 인물의 인물값을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이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게 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빈치는 흔히 미켈란젤로와 연관시키고, 갈릴레오는 이전의 코페르니쿠스와, 이후의 뉴턴에 연결짓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따지고 보자면 다빈치야 의심의 여지없이 르네상스의 인물이지만, 갈릴레오를 르네상스의 인물로 매김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갈릴레오가 르네상스의 자장 속에서 성장한 과학자란 건 맞지만, 그의 위치를 규정하는 단어는 르네상스라기보다는 과학 혁명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둘을 짝지어 놓은 저자의 시도를 긍정하게 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약 100년의 시차를 두고 피렌체의 영역 속에서 태어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이탈리아인이라는 점 말고, 어떤 관련성, 혹은 대척점이 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면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표현에서 한 마디로 드러난다.


“자연철학자가 된 장인 다빈치와 장인의 면모가 넘치는 자연철학자 갈릴레이”


그렇다. 한 사람은 다양한 면모를 지니지만 현대에는 특히나 예술가로서 더 많은 인정을 받지만 그 인물은 과학자(과학자란 단어가 생긴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고, 그 이전에는 저자의 표현대로 자연철학자였다)를 염원했고, 다른 사람은 분명 자연철학자였지만 다분히 예술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고(음악가의 아들이었고, 스스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또 많은 기구를 스스로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장인의 면모가 많은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서로의 지점을 향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두 거장의 흔적을 쫓는다. 다빈치의 경우,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다시 피렌치로, 그리고 잠시 로마를 거쳐 프랑스로 옮아가며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갈릴레이는 역시 피렌체에서 시작하여 피사로, 피사에서 파도바와 베네치아로, 그리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지동설과 관련한 오욕을 맞이한 후 피렌체 외곽의 아르체트리에서 숨을 거둔다. 저자는 이들의 흔적을 남긴 이탈리아의 도시를 쫓으며 그들의 숨결을 느끼고, 들의 삶과 업적을 되새긴다. 저자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어떤 비장함보다는 마치 청량한 북부 이탈리아의 날씨가 떠오를 만큼 상쾌하고 가볍다. 그런 발걸음을 통해 두 거장의 역사적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있으며, 그래서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다.


여행기와 과학자의 평전을 섞은 이 책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그들의 숨결을 좀 더 가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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