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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05. 2023

인간과 동물의 가슴벅찬 성장기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캐스린 바워스, 『와일드후드』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를 함께 쓴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캐스린 바워스가 이번에도 함께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부분 중에서도 청소년기에 대해 썼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공유하는 시기, 혹은 특성을 함께 나타내기 위해 새로운 용어도 고안했는데, 그게 바로 제목인 ‘와일드후드(wildhood)’다.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와일드(wild)’라는 단어를 가져왔고, 여기에 고대 영어에서 사용하던 접미사인 ‘후드(hood)’를 붙였다. ‘-hood’는 이미 boyhood나 girlhood와 같은 단어에서는 ‘어떤 시절이나 상태’를, neighborhood나 knighthood와 같은 단어에서는 ‘집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인간과 동물이 지구상에서 사는 청소년기 부족의 일원”이라는 점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인정한다!




그들은 와일드후드 시기 동물이나 인간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르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즉 안전

        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즉 지위

        어떻게 성적 소통을 할 것인가, 즉 성

        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 즉 자립


이러한 문제를 인간과 동물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또 얼마나 인간과 동물이 비슷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마리의 와일드후드 동물을 추적하고 있다. 

        남극 사우스조지아섬에서 태어나 자란 킹펭귄 우르술라

        탄자니아 응고롱고산에서 살던 점박이하이에나 슈링크

        도미니카공화국 근처에서 태어난 북대서양혹등고래 솔트

        유럽 늑대 슬라브츠


이 네 개체들은 발신기를 통해, 혹은 그 외의 방식으로도 연구자들에 의해 추적되었던 동물들이다. 저자들은 이들을 통해 부모를 떠나 무시무시한 포식자를 극복해서 살아나가야 하는 문제(안전), 태어날 때부터, 혹은 자라면서 정해지는 서열에 적응하고, 혹은 그 서열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지위), 성적 욕구를 마음대로 발산하지 않으면서도 때가 되면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서 짝짓기를 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문제(성), 익숙한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으로 여정을 떠나면서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또 새로운 무리를 찾아야 하는 문제(자립)를 이야기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네 개체들이 청소년기에 맞닥뜨리고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그리고 그 방식이 영락없이 우리 인간의 것을 닮았다는 것이다. 아니, 인간이 그들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야할까? 비록 해결해가는 도구들은 다를지 모르지만(우리에게는 정교한 언어가 있고, 휴대폰이 있고, 페이스북이 있다), 원리상으로는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막 청소년기를 보내고, 이제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딸과 아들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던, 아니 눈을 감으려고 했던 것들이 이 동물들을 통해서 선명해지고, 또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이 동물의 역사와 함께 유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와 함께 어떤 교훈들도 얻을 수가 있다. 이를테면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균형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비록 부모가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어떤 부분에서는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감동스럽다. (과학 교양서임에 분명한 이런 책에서 감동이라니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무사히든 아주 혼란스럽게든 겪고서 끝내는 어른이 된 나나 우리, 그리고 그렇게 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감동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상해진다. 


이 책을 통해서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그저 동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투영시킬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교훈을 생각지 않더라도, 성장해가는 온갖 동물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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