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피터의 원리’가 생각났다. 1960년대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가 피력한 다음과 같은 조직 붕괴에 관한 추론이다.
“계층 구조를 지닌 조직에서 유능하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승진으로 보상을 받아서 새로운 일을 맡게 되는데, 그 일은 더 복잡하면서 다른 도전 과제들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 직원이 마침내 잘 수행하지 못할 일을 맡게 될 때 승진이라는 행군은 멈출 것이고, 남은 직장 생활 내내 그 일을 하면서 보내게 될 것이다. 따라서 피터 원리라는 불길한 논리에 따르면, 조직의 모든 자리는 결국 그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라는 추론이다.”
군대라고 다를 바가 없다. 아니 더 잘 적용될 수 있는 조직이다. 작은 부대를 아주 잘 지휘해서 승진을 하고, 결국 사단이나 군단과 같은 큰 부대의 책임을 맡게 된 장군이 그 지위에 걸맞는 지휘력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다. 또는 후방에서 병사 교육훈련이나 병참에 관해서는 놀랄만한 능력을 보인 지휘관이 야전에 배치되었을 때도 형편없는 군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권성욱의 『별들의 흑역사』는 그런 예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 원래부터 군인으로서의 품성이 문제가 되는 이들도 있다. 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군 장성들의 경우인데, 부하들에겐 가차 없이 목숨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면서 자신은 후방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거나 위기가 닥치면 먼저 내뺀 경우다. 물론 그렇지 않고, 상황 때문에 오명을 뒤집어 쓴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는 자신의 지위에 맞지 않고, 역할에 맞지 않는 위치에서 큰 실패를 겪은 경우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실패가 혼자만의 오명, 오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심각한 점이 있다. 바로 그 아래서 수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잘못된 작전, 잘못된 신념,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살아남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거나, 오히려 영전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양이 이끄는 사자 부대를 사자가 이끄는 양의 부대가 이긴다는 얘기를 전한다. 그만큼 지휘관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여기의 소개된 장군들의 행태는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것이 장군이 문제일 뿐 아니라, 통치자의 문제. 아니 오롯이 통치자의 문제인 경우도 없지 않다.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장군이 아니라, 바로 통치자이기 때문이다. 히틀러, 무솔리니, (여기선 단 한 차례 언급도 하지 않지만) 일본의 히로히토 천황 등이 그런 인물들이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다소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쟁에 관해서, 전쟁을 이끄는 통치자, 그리고 지휘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