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앨드리드,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경제이지만, 경제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 경제학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많은 판단의 원리를 제공한 것은 더더욱 최근의 일이다. 현대의 경제학은 그냥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해주는 도구를 넘어서서 인간 행동의 가치를 규정하는 단계에 이르른 것으로도 보인다. 단지 전통적으로 경제의 분야라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서서 사람들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든 분야를 경제적으로 해석한다. 이른바 ‘경제학 제국주의’다.
조너선 앨드리드는 합리성과 효율성에 바탕을 둔 (주류)경제학이 경제학을 넘어서서 인간의 사고 방식을 재단하고, 일상의 모든 활동을 규정하면서 우리들의 삶 자체를 바꾸어온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부의 극대화가 공정한 기업 행위보다 낫다는 포스너의 경제학(법경제학)은 기업 활동에 막대한 자유를 제공하며 이른바 ‘깡패기업’의 출현을 묵과할 뿐만 아니라 장려했다. 또한 무임승차의 경제학은 무임승차가 처벌을 받아야 하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영리한 행동이라는 논리를 만들어냈고, 생명의 가치마저도 생산성을 기준으로 측정하는 경제학을 만들어내 불평등 자체를 인정하고 공고화하는 데 이바지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경제학이 주류가 된 사회에 살면서 그런 경제학이 해석해내는 세계에서 그런 가치를 조금씩 내재화하고 있다.
좀 놀랐다. 어떻게 이런 논리가 가능했고, 또 그런 논리가 주류가 될 수 있었지 싶었다. 막강한 이력을 지닌 경제학자들의 논리이니 반박도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 이건 아닌데, 싶은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도, 우리도 그런 논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경제적 가치를 도덕적, 윤리적 가치 위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가끔 윤리적 가치를 앞에 두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경제적 가치가 압도하는 사회에 대한 작은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반발심이라도 생기는 것은 그런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더 가까이는 레이건과 대처 시대 이후 인간의 사고 방식을 바꾼 경제학의 이론들을 그 이론들을 탄생시킨 인물을 앞에 내세우면서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비판한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 이론에 근거한 단순한 결정이 가져오는 폐해, 경제학이란 결국 인센티브라는 경제학 제국주의가 얼마나 인간의 자율성을 파괴시키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주류경제학은 결국 권력자들의 것이지 대중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경제학의 대상이 되는 우리들에 대한 경고이자 설득이기도 하지만, 경제학자들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경제학이 어려운 수식의 수학으로 전락하여 대중들(뿐만 아니라 동료 경제학자들까지)을 현혹하면서 현실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경제학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라는 농담이(농담이 아닌가?) 진지하게 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즉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어려운 용어와 수학으로 현실을 재단하고 조리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려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까지 경제학은 우리를 위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경제학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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