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Jul 02. 2020

다양한 언어가 조화를 이루는 사회

데이비드 크리스털, 《언어의 역사》

저자 스스로는 언어(language)에 관한 작은 책(a little book)’이라고 했지만사실 언어에 관한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스스로 분명히 하고 있듯이 저자는 언어들이 아니라 언어에 대해 쓰고 있는데이는 영어니프랑스어중국어와 같은 많은 개별 언어들에 관해 다루는 게 아니라그런 언어들을 포괄하는 언어의 보편적인 특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얘기다그러니까 언어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저자의 이 책은 그런 언어의 보편적인 특성이 이처럼 다채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그는 아기가 태어나서(심지어 태어나기 전부터언어를 익히기까지의 과정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한다울음소리에서 말로 이어지고단어에서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발달하고이제 대화까지 이루어지는 단계를 보여주는데저자가 자신의 아들을 관찰한 경험을 서술하고 있는 것과 같이 나도 우리 아이들이 말을 배워가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그때의 전율까지도 느끼며(실은 아이들의 말이나 반응은 엄마아빠가 전율을 느낄 정도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다루고 있는 분야는 크게 언어학이긴 하지만그 안에서 음성학(phonetics), 문법(grammar), 언어의 의미론(semantics), 사회언어학(sociolinguistics), 심리언어학(psycholiguistics), 역사언어학(historical linguistics) 등을 다루고 있다. 4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 한 주제에 관해서 길게 쓰고 있지는 않지만그 40개의 이야기들이 단절 없이 잘 이어지고 있어 단편적인 이야기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부분은 21세기 들어서 새로 생긴 언어즉 문자메세지라든가 인터넷 상의 SNS 언어 같은 것인데저자는 언어학자이지만 문법을 파괴하고어휘를 단축시키는 그런 언어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그런 문자를 쓰는 이들도 다른 데서는 멀쩡하고 정상적이고심지어 훌륭한 문장을 쓴다는 것이다또한 그렇게 변형된 문자 역시 언어의 다양성에는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 전체를 통한 저자의 메시지를 하나로 요약하자면다양성에 대한 옹호다그 다양성은 사라지고 있는 전 세계 언어의 보존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한 국가사회에서 소수집단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또한 한 사람이 다양한 언어를 접하고 공부하는 것에 대한 격려가 되기도 하며우리 자신의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성에 대한 관심 촉구이기도 하다다양한 악센트와 방언의 가치를 이해하고그런 언어를 사용하는 이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등장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언어라는 다양성에 이른다이 책은 결국은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격려하고 있으며그런 이해를 통해 사람과 사회 간의 소통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가 언어가 어떻게 생겨나고어떻게 사용되는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말을 하고글을 쓸 수는 있다하지만 언어의 탄생과 역사그리고 현재의 모습에 대한 이해는 그 언어로 이루어지는 관계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그런 사회가 자신의 언어만을 고집하는 사회보다 훨씬 살기 좋은 사회라는 것은 당연하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593524


작가의 이전글 권력이 된 경제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