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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n 27. 2020

히틀러의 철학자들

이본 셰라트, 《히틀러의 철학자들》

로젠베르크보임러크리크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들이지만 이들은 히틀러의 철학자로 나치와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철학을 정립하고널리 퍼뜨리며실제 적용토록 한 인물들이다그들은 처음부터 그런 성향을 띠고 있었으며나치가 등장한 이후에는 자신들의 신념과 출세를 완전히 일치시켰다그들만이 아니었다그들이 가장 적극적이며 고위직에 올랐던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대학 교수이자만이본 셰라트는 그들 외에도 수많은 이름들을 언급한다수많은 독일의 철학자들은 신념에 따르든자신의 이론을 버리고 출세만을 좇든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치를 옹호하고 나섰다.

 

우선 히틀러 자체가 독특했다그는 자신이 철학적 지도자를 자처했다뮌헨의 비어홀 폭동(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지만이후 감옥에서 나의 투쟁을 집필한다히틀러는 앞선 철학자들(대부분 독일 출신)로부터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취사선택하여 반유대주의에 기초한 3류 철학을 펼친다. ‘철학적 지도자를 자처한 히틀러는 감옥에서 풀려난 후(얼마 있지도 않았다), 자신의 이념을 뒷받침할 철학자들을 찾아나섰고로젠베르크부터도 그의 노선에 동참한다.

 

히틀러가 기초하고 있는 독일의 철학은정말 대단하다칸트(그는 다른 건 몰라도 유대교를 비하했다), 헤겔바그너(음악가였지만), 니체마르크스해켈(다윈의 진화론을 받아들인 독일의 진화론자). 그들은 명시적으로혹은 암시적으로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했고유대인에 반대했다히틀러와 독일 민족의 반유대 철학은 그냥 우연이 아니었다는 게 이본 셰라트의 생각이다.

 

히틀러의 나치의 이념에 적극 동조한 인물로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마르틴 하이데거다그는 나치 등장 이전부터 철학계의 세계적 스타였다그는 유대인이었던 자신의 스승 후설을 내쫓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대학 총장으로 취임한다그는 나치의 몰락 이후에도 자신의 죄과를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오히려 세계적인 철학자로 존경받으며 생애를 마감했다그는 단죄 받지 않았다그만이 아니라 많은 철학자대학교수들이 나치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면서도 죗값을 받지 않거나 아주 가벼운 처벌만을 받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이본 셰라트는 유대인으로서 핍박을 받고 프랑스로 탈출했다 다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도중 좌절되어 자살한 발터 벤야민미국으로 망명한 테오도어 아도르노유대인 여성으로 겨우 죽음을 면하고 탈출한 후 나치에 반대했지만결국은 (자신의 연인이었던하이데거를 옹호한 한나 아렌트유대인이 아니면서도 백장미회를 결성한 대학생들과 함께 행동하다 교수형에 처해진 쿠르트 후버를 소개한다그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런 삶을 살 수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그들보다 지금 더 많이 기억되고 추앙받는 나치 부역자들의 상황을 고발하기 위한 것도 있다이본 셰라트는 철학의 기본은 윤리학이라고 한다윤리에 바탕을 두지 않은 휘황찬란한 철학에 과연 가치를 둬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분명하다독일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런 학자들을 호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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