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 최근 가장 열심히 책을 내고 있는 작가가 바로 곽재식이다. 원래 전공(화학)이 무엇인지도 잊게 할 정도로, 또 원래 썼던 분야(SF 소설 혹은 괴기 소설)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내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어쩌면 ’인문‘ 쪽으로 분류할 수 있을 책을 냈다. 바로 ’역설‘에 관한 책이다.
’역설(逆說)‘이란 요새는 흔히 ’아이러니‘라 부르는, 그 말이나 논리에 모순되는 듯한 내용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아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특히 진리를 함축하는 경우가 많아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작가‘ 곽재식은 바로 그런 세상에 떠도는 ’역설‘ 15개를 취해 그 유래와 적용,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15개의 역설을 다섯 개씩 묶어 ’마음의 역설‘, ’돈의 역설‘, ’숫자의 역설‘로 나누고 있는데, ’마음의 역설‘은 심리학, ’돈의 역설‘은 경제학, ‘숫자의 역설은 통계학 쪽이라 봐도 될 것 같다. 물론 이 역설들이 세상의 ’진리‘와 부분적으로라도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특정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미 익숙한 역설(이를테면 ’크레타인은 모두 거짓말쟁이다‘라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든가 부분의 평균이 전체의 평균과 다를 수 있다는 심프슨의 역설 같은 경우)도 있고, 알고 있었지만 역설이라 여기지는 않았던 역설(<꿀벌의 우화>에서 비롯한 ’맨더빌의 역설‘, ’머피의 법칙‘을 닮은 ’점검의 역설 같은 경우)도 있다. 처음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역설도 있다. ‘애빌린의 역설’은 아마도 우리의 경우엔 ‘짜장면의 역설’로 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최근에 내가 참여했던 어떤 상황에서 아주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 매우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우정의 역설’은 왜 내 주변의 친구들보다 내 친구가 적은지를 설명하는 역설로, 특히 요즘과 같은 SNS로 상호 관계를 맺는 시대에 시사점이 많다.
세 종류의 역설 모두 우리 인간 사회나 자연의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항상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역설’이긴 하다), 특히 2장의 ‘돈의 역설’에 소개된 역설들은 우리가 경제 상황이나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야 할 것들로 보인다. 특히 기업이나 사람이 자신의 성공에 안주해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그로 인해 실패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이카루스의 역설’이나 경쟁으로 어느 한 주체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모두 망하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경쟁의 역설’과 같은 것은 이 역설들이 정말로 어떤 깨달음을 주고, 사회를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역설의 내용이 중요하지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또한 역설 이전에 그 역설이 전복하고자 하는 통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다. 역설은 그 통념 위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은 늘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흘러가기로 된 것대로, 그냥 그럴 것이라 예측되는 대로 결정되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곽재식이 보여주는 역설의 세계는 바로 그런 통찰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