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차 변호사 미키 할러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구역질 나는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도 교묘한 변론을 통해 감방에서 풀려나도록 하는 변호사다. 재판에서 승소만이 중요하다. 재판에서 또 한 번 승소한 날, 승리를 축하하는 파티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불심 검문에 걸리고, 그의 차 안에서는 시신이 발견된다. 시체의 주인공은 과거 의뢰인이었다. 수임료를 떼먹은, 그래서 미키 할러가 충분히 앙심을 품을 만한 사기꾼이다. 그는 위기에 처했다. 그는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은 매우 지적이다. 여기서 ‘지적’이란 말에는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일단 어떤 문학 작품으로서 고결한 작품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스릴러 소설로 분류되는 장치의 정합성이 중요하다. 또한 범죄가 넘쳐나고, 거친 인물들이 적잖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지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그의 소설, 특히 미키 할러 시리즈의 주요 무대가 법정이기 때문이다. 법정에서는 논리가 부딪힌다. 조금이라도 논리에 허점이 보이면 밀린다. 밀리기만 하면 다행이지만,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펼치는 논리 대결이 소설을 지적으로 보이게 한다. (우리와 상당히 다른 사법 제도, 특히 법정의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낯선 것은 아니다.)
결론은 예상이 간다. 링컨 차 변호사 미키 할러는 이길 것이다. 그것이 주인공의 운명이니까. 그러나 어떻게 이길 것인가? 여기서 그가 결백하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것은 (맞닥뜨려서는 곤란하겠지만, 맞닥뜨릴 수도 있는) 현실에서도 큰 교훈을 주는데, 그는 결백이란 법률용어도 아니며, 성문화된 규정도 아니며,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며 환상을 떨쳐버린다.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닌 범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소설은 법정과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향하고, 긴장감을 더한다. (미키 할러의 승리는 당연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구태의연하고,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또 어쩌면 구태의연하지 않다.)
이 소설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소소한 재미를 던져주는데, 그 한 가지는 해리 보슈가 미키 할러의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는 거의 다 읽었지만, <링컨 차 변호사> 시리즈는 중간에 많은 소설을 건너뛰어서 몰랐지만, 해리 보슈가 미키 할러와 이복형제라는 설정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에 관한 내용이 몇 차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 출판된 시점이 2020년이니, 아마도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시점에 쓰기 시작한 것이고 이 상황을 소설 속에서 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에서부터 소문이 들려오면서 경계하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대통령은 자꾸 부인하고, 결국은 셧다운 상태에서 가족이 함께 ‘숨어 살기로’ 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겨우 몇 년 전이지만 새삼스럽게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