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의 최신 작품 『변론의 법칙』을 읽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시리즈, 그러니까 미키 할러의 이야기를 거슬러보기로 했다(“해리 보슈” 시리즈는 이미 몇 편을 읽은 상태). 첫 소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아주 오래 전에 읽었고, 『시인』도 읽었었다. 읽은 지 오래 됐지만, 내용은 상당히 선명하다. 마이클 코넬리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탄환의 심판』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 다친 할러가 총상과 약의 후유증으로 1년 넘게 변호사 일과 멀어진 이후 다시 복귀하려던 시점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래 전 할러와 맞붙었던 사건에서 참패한 후 검사에서 변호사로 전업한 한 변호사가 살해되고, 그 사건이 모두 할러에게 맡겨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사건이 로스앤젤레스 영화업계의 거물인 월터 엘리엇 사건이다. 월터가 아내와 정부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할러는 관심의 측면에서도 수임료의 측면에서도 커다란 사건이 이 사건을 적극 맡게 되고, 사건의 이면을 추적한다.
마이클 코넬리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처럼 미키 할러를 묘한 상황에 처하도록 한다. 여기서도 진실과 변호사로서의 의무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것이다. 피고인인 범인이라는 증거와 범인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는 증거를 함께 쥐게 되는 것이다. 진실이 어떤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마이클 코넬리 소설의 백미인 셈이다.
『탄환의 심판』은 여러 차례 반전이 일어난다. 그런데 그 반전의 시발점은 모두 ‘거짓말’이다. 마이클 코넬리는 할러의 말을 빌어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고 밝힌다. 특히 법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찰도, 변호사도, 검사도, 증인도, 피해자도 그렇다. 또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거짓말의 향연 속에 누군가의 결정적인 실수가 드러나고, 거기서 유, 무죄가 갈린다. 거짓말을 진실처럼 만들어내는 것. 그게 능력 있는 변호사 미키 할러의 일이다. 『탄환의 심판』에서도 그런 그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정의와는 상관없는 악마 같은 변호사의 능력! 그러나 소설이 그저 악마 같은 변호사의 능력을 찬양하고, 거기서 희열을 느끼는 것으로 끝난다면 ‘반(反)사회적’이라고 지탄 받기 딱 좋다. 그래서 어떻게든 정의의 승리를 외쳐야 한다. 어떻게? 그게 작가의 솜씨고, 독자들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
이 소설에는 달리 소소하게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끝에 보슈 형사와의 관계가 밝혀지는 것이다. 보슈 형사 시리즈에서는 미키 할러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전부 그런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미키 할러가 주인공인 소설에서는 보슈 형사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변론의 법칙』에서 미키 할러가 음모를 뒤집어쓰게 되는 계기가 되는 죽음의 주인공, 샘 스켈이스가 이 소설에서 잠깐 등장한다. 거의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스치듯 등장하고 지나가는데, 나중에 어떻게 써먹을지 이때부터 생각했을까? 역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