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Aug 30. 2023

인류의 진화, 우리가 우리가 되기까지

이상희, 『인류의 진화』

인류의 진화 역사를 지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실 35억 년이 넘는 지구상에서의 생명의 역사와 비교하자면, 길게 잡아야 수백 만년, 짧게 잡으면 십수 만 년밖에 되지 않는 인류 진화의 역사는 찰나의 역사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바로 우리의 역사, 인류 진화 역사에 정말 관심이 많다. 관심이 많다는 얘기는 많은 것이 밝혀졌다는 얘기가 되어야 하는데, 실상은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 많고, 또 논란도 많다. 논란이 많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학교 인류학과의 이상희 교수가 『인류의 기원』에 이어 인류의 진화에 관한 책을 냈다. 사실 『인류의 기원』 역시 인류의 진화에 관한 내용이니 아주 관련이 있는 책이고, 중복되는 내용도 없을 수 없다. 차이점을 찾으라면 『인류의 기원』이 흥미로운 테마(이를테면 원시인은 식인종이었을까? 백설공주의 유전자라는 게 있을까? 미토콘드리아 시계의 원리가 흔들린다 등)를 잡고 그것에 대해 이러저런 얘기를 해나가는 방식이라면, 『인류의 진화』는 그보다는 좀더 정통적으로(?) 인류의 진화와 관련한 여러 내용들을 화석 기록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얘기하자면 『인류의 기원』이 좀 더 읽는 재미가 있다. 반면 『인류의 진화』를 통해서는 이 분야의 연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 왔고, 또 어떤 방향으로 향해가는지를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고인류 화석의 연대를 판단하는 문제라든가, 화석종들을 동일한 종으로 판단한 것인지에 관한 문제, 어떤 증거를 고인류의 증거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문제, 데니소바인과 같은, 온전한 화석이 아닌 DNA 증거로 밝혀진 존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문제 등을,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지만, 그대로 꽤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15장의 아시아 기원론(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아프리카가 아니라 아시아가 인류의 기원이 되는 장소라고 여겼다고 한다)에서부터는 동아시아, 한반도의 고인류 화석, 내지는 연구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다소는(아니, 좀 심각한가?) 미심쩍은 북한의 연구 결과와 남쪽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육지였을 서해안에서 새로운 고인류의 증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민족’이라는 신화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철퇴를 내리고 있다. 아주 과학적인 계산법으로 말이다. 이는 『인류의 기원』에서 얘기했던 ”70억 인류는 정말 한 가족일까?“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지는 인류가 왜 서로를 반복해서는 안 되는지에 관한 고인류학의 교훈이기도 하다.


인류 진화 얘기는 늘 흥미로우면서 혼란스럽다. 화석종의 학명부터가 매우 혼란스러우며(내가 그런 지경이라면...), 책마다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통일된 견해가 부족해 보이며, 여러 주장이 나름의 증거를 가지고, 또 나름의 반대 증거를 무시하며 내세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분야와는 또 달리, ‘최신’이라는 게 정말 최신인 경우가 많다(이를테면 2021년의 논문에 의하면, 심지어 2023년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그만큼 역동적인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역사를, 우리 존재의 뿌리를 찾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유명해졌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