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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31. 2023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들 이야기

김현주, 『우사단 약국』

중간의 한 작품인 <항생제 사용법>이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전혀 기대치 않게 좋은 소설집을 읽었다. 




아홉 편의 작품이 마치 연작처럼 읽힌다. 모두 삶의 중심부에서 밀려난 인물들이고, 또 그런 삶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거의 모든 인물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죽거나, 혹은 그들의 보호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보호자 없는 삶의 신산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버티어오며, 일구어놓은 삶의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꾸 뒤돌아본다. 현재에서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이동했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그러다 다시 과거의 다른 시점으로 이동한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 가족, 그리고 누군가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자꾸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은 분명 퇴행적이다. 지금의 나를 이해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내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나를 이해시키고 싶은 걸. 그래서 꼭 그런 삶을 살지 않았지만 공감이 간다. 누구에게나, 그러니까 나에게도 나름의 아픈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소설은 그렇게 다른 이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소설이 꼼꼼하다. 허물어져가는 거리의 모습, 철길 건널목 양쪽의 모습,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의 풍경과 거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같은 배경뿐만 아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묘사가 꼼꼼하다. 그래서 더욱 몰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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