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흥미로운 가상 역사소설 같은 제목이지만, 저자가 발표한 엄격한 논문 다섯 편을 기초로 한, 엄밀한 해석과 추론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물론 ‘흥미로운’이라는 형용사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우선은 통일신라 하대에 심각한 왕위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그게 핼리혜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그런 의문부터 든다. 이 의문에 대한 얘기 전에, 역시 이 책에 인용되어 있는 17세기 폴란드의 한 귀족 루이비넹츠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본다.
“그는 어느 날 415회에 달하는 혜성의 출현과 그와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을 시간별로 배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치우침 없이 거의 고르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써 그는 인간의 역사에서 혜성과 재앙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증명했던 것이다.” (165쪽)
이것이야말로 이성적인 판단, 나아가 과학적 사고다. 그러나 아주 최근까지도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 현상을 어떤 행운이나 불행의 징조로 여기는 것이다. 하늘에 갑자기 나타나 긴 꼬리를 남기며 날아가는 혜성은 주로 격변의 징조였다. 사람들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면 두려워했다.
서영교는 혜성이라는 천문학적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므로 우리나라나 중국의 문헌 등을 종합해서 판단하면 아주 정확하게 그 시기를 알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여러 논의를 펼치고 있다. 먼저 융천사의 <혜성가>와 월명사의 <도설가>가 언제 지어졌는지를 혜성의 출현과 관련지어 추적하고 있는데, 이는 혜성의 출현이 민심의 이반을 가져오고, 고대에 거의 일상화된 전쟁의 공포를 더하기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음악을 짓고, 의례를 행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희강왕에서 민애왕에 이르는 신라 왕실의 골육상쟁에서도 혜성은 늘 어떤 징조로서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이는 사실 보는 입장에서 다를 듯하다. 그것을 상대편에게 불행이 오는 징조로 볼 수도 있고, 우리쪽에 뭔가 불운이 올 것이라는 낙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세력과 더불어 민심을 어떤 쪽으로 이끌어 가느냐는 바로 지도자의 역할과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천문 현상을 해석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다고 해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다소 딱딱한 논문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 다소 전문적인 추론 때문에 조금 따분한 부분이 없지는 않고, 연관은 있지만 독립적인 논문들에서 나온 글들이라 반복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최대한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흔적도 볼 수 있다. 특히 혜성이라는 천문 현상이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식으로 심어지고, 그것이 권력과 국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한 주제 자체가 흥미롭다. 특히 장보고에 관한 내용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면서도 주변적인 배경 등에 좀더 심화되고 있어 더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