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과학을 하는 것은 기쁜 일인가? 하는 생각부터 했다. 물론 내게는... ‘기쁘다’는 표현을 써본 기억은 별로 없지만, 대단히 만족스런 일이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과학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표현을 긍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봤을 때, ‘과학의 기쁨’이란 게 다른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의 기쁨이 ‘과학자’의 기쁨이 아닌, 과학을 하는, 과학적 사고의, 과학적 방법의 기쁨이라면 달리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이 과학자로서의 자기만족의 책이 아니라, 과학자 사회에 회자되는 책이 아니라, 그 집단을 넘어선 책이라면 ‘과학의 기쁨’은 미래의 기대를 담은 제목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짐 알칼릴리는 양자물리학자다. 과학을 사랑하며, 과학의 방법론은 믿으며, 그런 사고 방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다. 그가 생각하는 과학은 다층적이다. 그건 이론이나 연구의 결과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활동을 의미하기도 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세상을 인식하는 가장 믿을 만한 방식’이다. 이 표현을 잘 보자. 여기에는 세 가지의 의미가 들어 있다. 한 가지는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가장 믿을 만하다’는 것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방식’이다. 즉, 과학은 일종의 방식이며, 그런 과학의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여러 가지 방법들 중 인류가 개발해낸 가장 믿을 만한 것이란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인식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탐구한다는 것은 또한 생각, 사고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생각 또는 사고를 우리는 ‘과학적 사고’라고 한다. 그렇다. 이 책은 과학적 사고에 대한 얘기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 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알칼릴리가 얘기하는 과학적 사고란 무엇일까?
그것은 진실을 구분하는 방식이며, 단순성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옳은 것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해결해야 하는 미스터리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방식이며, 어려운 것을 호기심과 노력을 통해 이해해가는 방식이다.
의견이 아닌 증거에 집중하는 것이 과학적 사고이며, 여기에는 자신의 편견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래서 생각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태도이며, 우리가 원하는 현실을 만들어가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진보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어려운가? 그럴 수 있다. 과학자라고 해서 그가 제시하고 있는 이 여덟 가지의 방식, 태도를 굳건히 견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것만이 과학적 사고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과학은, 과학자는 이러한 과학적 사고 방식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기제이며, 사람이다. 만약 어떤 한 과학자가 그렇지 않더라도, 과학이라는 시스템을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과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과학은 쓸모가 있으며, 아름다우며, 믿을 만 한 것이다.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면, 여기서의 과학은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주장’이 아니란 점이다. 믿으라는 과학이 아니다. 증거에 기반한 토의를 통해 옳은 것을 찾아가는 방식이 바로 과학이다. 외친다고 과학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