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fake)’란 말을 그래도 쓴 이유를 나름대로 짐작해본다. 그저 거짓말이라, 혹은 가짜 뉴스로도 쓸 수 있지만, 이것들을 모두 포괄하는 인간 심리의 기제를 이야기하고자 해서였을 거라 생각한다. <옮긴이의 말>에서도 ‘거짓말, 가짜 뉴스, 사기, 속임수 등’을 모두 의미한다고 했다. 무척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요는 사람들은 왜 그런 페이크에 당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이, 즉 거짓 정보를 믿는 마음이 오로지 무익한 것이며, 피해만 주는 것이라면 지금과는 좀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거짓을 말하거나 하는 것과는 별도로, 그런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도 어떤 이득이 있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바로 진화심리학의 이야기다.
이득은,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빠른 판단이 필요하거나, 복잡한 판단 대신에 간단한 판단으로 많은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온 것일 것이다. 그리고 과거 집단의 크기가 작은 사회에서 진화해온 인류가 페이크라는 것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사카와 마사토는, 우리가 속고 마는 페이크의 종류를 그 구조와 관련하여 이유를 일곱 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겉모습이 만드는 페이크(성 선택을 생각하면 된다)
공감에 호소하는 페이크(과거 작은 집단에서는 동료들의 말을 믿을 이유가 충분했다)
언어가 조장하는 페이크(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었다.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러므로 그것을 믿을 만한 이유는 차고 넘첬다)
자기기만에 둥지를 튼 페이크(자기 긍정, 성취감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페이크로 이어지고, 또 페이크에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학의 신뢰를 이용한 페이크(과학이 아니면서 과학을 내세우는 과학이 있다)
오해에서 생기는 페이크(손실회피 심리, 정의감 발휘, 확률을 판단하는 능력의 부족, 과잉 추정 등)
결속을 높이는 페이크(내집단 의식, 혹은 부족의식)
대응책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데, 몇 가지는 제도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제도적인 것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을 빼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렇게 정리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