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라고 하지만, 옷과 집은, 그래도 먹을 것 다음이다. 먹지 않고서야 생명이란 걸 유지할 수 없으니.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것이 먹을 것의 역사일 것 같기도 하다. 아마도 오랜 역사 동안 먹을 것이란 풍족했던 적이 없으니, 생존을 위해 먹는 행위는 그다지 편차가 없을 듯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의 《음식의 세계사 여덟 번의 혁명》을 보니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음식의 역사에도 수 차례의 변곡점이 있었으며, 그 흐름의 안에서도 문화별로 정말로 다양성이 있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거의 정신 차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음식과 음식 문화가 소개되고 있다.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는 인류사에서 여덟 차례의 혁명적 변화가 있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을 파악하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고, 음식의 역사를 통해 인류사를 깊게 알아가는 길이다.
우선, ‘조리’다. 말하자면 그냥 날것으로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의 재료를 어떻게 가공한다는 얘기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의 이용이다.
다음은 ‘의례화’다. 생존 자체를 위해 그냥저냥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절차를 따라서 먹게 된 것이다. 음식에 절차가 생긴 것이다.
세 번째는 ‘사육’이다. 말하자면 음식의 재료 차원에서의 혁명이다. 채집이나 사냥을 통해서 음식의 재료를 얻는 것이 아니라, 목적으로 가지고 키워서 얻어낸 것이다.
네 번째는 앞의 사육과 연결되는 것으로 ‘농업’이다. 여러 식물들이 개량의 과정을 거쳐 재배되기 시작했다. 세계 각지에서 이뤄졌지만, 어떤 것이 재배하게 되었는지는 지역마다 다르며, 일단 재배된 작물의 전파도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이뤄졌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이것이 반드시 인류에게 긍정적인 면만 가져온 것이 아니란 것은 많은 저자들이 지적해 온 바이긴 하지만, 일단 이 흐름에 올라선 후에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 다음은 ‘계층화’를 들고 있다. 이것은 앞의 의례화와도 연결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계급에 따라서 서로 다른 음식을 먹게 된 것을 말하는 계층화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 문화 혹은 절차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의례화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의 혁명으로 들고 있는 것이 ‘무역’인데, 이 장에서 말하는 무역은 상품으로서 음식물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한 대륙에서 다른 대륙으로 건너간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후추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반면 ‘생태 교환’은 이식(移植)이다. 옥수수, 감자, 고구마와 같은 작물들이 구대륙으로 건너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음식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혁명은 ‘산업화’이다. 다양한 음식물이 산업화의 과정을 거쳐 대량 생산되고 대량 소비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간단하게만 살펴봤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정말 굉장히 다양한 음식과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런 여덟 번의 혁명이 순차적으로 이뤄졌고, 한 혁명이 끝난 후 다음의 혁명이 온 것이 아니란 점이 아니다. 혁명들은 서로 교차하고 있고, 한 혁명의 와중에 다른 혁명 역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 혁명의 과정과 결과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