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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06. 2020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의 대화보다 중요한 것

짐 홀트,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늘 함께 걸었다는 것은 매우 의외면서도 잘 알려진 얘기다상대성이론으로 불완전성의 정리로 세상을 뒤흔든(적어도 그들의 발표한 내용을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그렇게 느낀다둘은 망명자였다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학문적 관점에서도 그들은 지적인 고립의 감정을 공유했다그들이 그렇게 함께 걸으면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한 사람은 물리학을한 사람을 수학혹은 논리학을 상대방이 이해하는지에 상관없이 이야기했을까아니면 상대방의 학문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였을까혹은 그냥 신변잡기예를 들어 어젯밤에 읽은 책 얘기아내 험담기르는 강아지 얘기근처 식당 얘기 등등을 나누었을까?

 

그런데 정말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세상과 나눈 얘기다시간에 관해서수학의 논리에 관해서 그들은 학문의 세계를 넘어서서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런 둘이 한 자리에서 매일매일 얘기를 나누고 다녔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과학저술가 짐 홀트의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도 마치 그들이 함께 걸으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관심을 이끄는 것 같지만결국은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걷기 이전에 세상에 던진 파장에 더 주목한다진지한 과학 서적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짐 홀트는 그렇게 많은 과학의 거장들을 훑고 있다특히 수학을 중심으로뉴턴과 아인슈타인 등을 통해 시간의 본질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고리만 제타 추측과 웃음을 비교하고 있다망델브로의 프랙털을 이야기하면서그것이 의미를 추론한다(망델브로가 스티븐 제이 굴드와 친구였다는 것이 왠지 놀라웠다). 우주로 갔다가다시 수학자의 삶으로앨런 튜링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따지기도 하고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을 꼼꼼히 읽기도 한다(그가 읽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은 바로 무한에 관한 책이다그렇게 짐 홀트의 글에는 다분히 과학철학이 깊게 담겨 있다누구를 다루든지어떤 책을 다루든지어떤 이론과 논쟁을 다루든지이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어떻게 지식을 얻고 정당화하는지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그게 철학자만의 몫이 아니라 이른바 그렇게 이 책은 기존의 많은 과학교양서적과 거리를 벌려간다.

 

여기의 논의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때로는 지루한 글도 있으며이런 논의가 왜 과학에서혹은 철학에 중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또 반면에 스티글러의 명명법칙(“과학적 발견은 원래의 발견자 이름을 따서 명명되지 않는다”)이라든가하이젠바르크의 부정함과 무능함에 대한 글을 매우 흥미롭기도 하다스스로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 의식을 한 모양인데내 생각은 이 정도의 일관성을 지닌 책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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