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홀트,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늘 함께 걸었다는 것은 매우 의외면서도 잘 알려진 얘기다. 상대성이론으로 불완전성의 정리로 세상을 뒤흔든(적어도 그들의 발표한 내용을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그렇게 느낀다) 둘은 망명자였다. 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학문적 관점에서도 그들은 지적인 고립의 감정을 공유했다. 그들이 그렇게 함께 걸으면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한 사람은 물리학을, 한 사람을 수학, 혹은 논리학을 상대방이 이해하는지에 상관없이 이야기했을까? 아니면 상대방의 학문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귀를 기울였을까? 혹은 그냥 신변잡기, 예를 들어 어젯밤에 읽은 책 얘기, 아내 험담, 기르는 강아지 얘기, 근처 식당 얘기 등등을 나누었을까?
그런데 정말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세상과 나눈 얘기다. 시간에 관해서, 수학의 논리에 관해서 그들은 학문의 세계를 넘어서서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둘이 한 자리에서 매일매일 얘기를 나누고 다녔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것이다. 과학저술가 짐 홀트의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도 마치 그들이 함께 걸으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관심을 이끄는 것 같지만, 결국은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걷기 이전에 세상에 던진 파장에 더 주목한다. 진지한 과학 서적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짐 홀트는 그렇게 많은 과학의 거장들을 훑고 있다. 특히 수학을 중심으로. 뉴턴과 아인슈타인 등을 통해 시간의 본질에 관해서 논의하고 있고, 리만 제타 추측과 웃음을 비교하고 있다. 망델브로의 프랙털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의미를 추론한다(망델브로가 스티븐 제이 굴드와 친구였다는 것이 왠지 놀라웠다). 우주로 갔다가, 다시 수학자의 삶으로, 앨런 튜링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따지기도 하고,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을 꼼꼼히 읽기도 한다(그가 읽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책은 바로 무한에 관한 책이다. 그렇게 짐 홀트의 글에는 다분히 과학철학이 깊게 담겨 있다. 누구를 다루든지, 어떤 책을 다루든지, 어떤 이론과 논쟁을 다루든지, 이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 어떻게 지식을 얻고 정당화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로 이어진다. 그게 철학자만의 몫이 아니라 이른바 그렇게 이 책은 기존의 많은 과학교양서적과 거리를 벌려간다.
여기의 논의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지루한 글도 있으며, 이런 논의가 왜 과학에서, 혹은 철학에 중요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또 반면에 스티글러의 명명법칙(“과학적 발견은 원래의 발견자 이름을 따서 명명되지 않는다”)이라든가, 하이젠바르크의 부정함과 무능함에 대한 글을 매우 흥미롭기도 하다. 스스로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난에 대해 의식을 한 모양인데, 내 생각은 이 정도의 일관성을 지닌 책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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